[집중취재] 화물관리 독식… 관세무역개발원, 평택세관과 ‘수상한 유착’

관세청 친목회서 파생… 전·현직 대부분 요직 포진
세관지정장치장 55곳 중 28곳에 화물관리인으로
‘제식구 챙기기’ 의심에… 평택세관 “업계 일방적 의혹”

사진=조주현기자
사진=조주현기자

평택세관이 평택항 민간통관장을 외면하는 이유가 ‘제 식구를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 물류업계 측은 평택세관과 관세청 전직 직원들이 핵심을 쥐고 있는 단체인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하 관세무역개발원)과의 ‘수상한 유착’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5일 관세청과 항만 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관세무역개발원은 비영리단체로 화물관리, 관세연구, 도서출판 등 수익사업 대부분을 수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관세청 전ㆍ현직 공무원들의 친목회인 ‘관우회’(관세동우회)에서 파생됐다. 태생에서 보여지듯 관세무역개발원은 관세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경기일보 취재 결과 관세무역개발원의 회장과 본부장 등 주요직들은 모두 관세청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무역개발원 A 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관세청 퇴임 이후 같은 해 7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B 본부장과 C 본부장 역시 모두 관세청 출신으로, 지난해 2월과 3월에 각각 취임했다. 이들은 현재 관세무역개발원 이사로 등기돼있다.

또 이들은 모두 국립세무대학(세무대) 1기 졸업생이기도 하다. 세무대는 지난 1981년 설립 이후 1999년 형평성 문제로 폐지되기 전까지 세무행정 인재 양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학교가 사라진지 20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도 동문회 등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 전국 세관지정장치장 55곳 중 관세무역개발원이 화물관리인으로 있는 곳은 28곳에 달한다. 공고절차를 거치는 세관지정장이 29곳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관세무역개발원이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관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지적받은 바 있다.

지정장치장은 이사화물, 여행자 휴대품, 특송화물 등 밀수가능성이 큰 화물을 반입해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곳으로 일반 보세장치장보다 높은 보관료가 적용된다. 관세무역개발원은 이들 세관지정장치장 운영을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 회장 취임 후 관세무역개발원의 매출액을 보면 2019년 314억2천255만원, 이듬해 369억6천254만원으로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평택세관이 민간통관장을 꺼리는 배후에는 관세무역개발원과의 관계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 평택세관의 세관장은 세무대 3기, 수입과장은 세무대 10기 출신으로 세관장과 수입과장에게 관세무역개발원의 회장과 본부장은 관세청 전직 선배임과 동시에 세무대 선배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A 항만 물류업체 관계자는 “과거부터 세관지정장치장은 관세무역개발원이 독점하고 있다”며 “공모를 거친다고 해도 선후배 관계로 똘똘 뭉쳐 있는 탓에 개발원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사실상 수주할 수 없는 구조다. 민간통관장을 허용하게 되면 그만큼 개발원이 운영하고 있는 지정장치장을 이용하지 않을테니,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평택세관 측은 “평택세관과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며 “평택세관이 관세무역개발원의 수익 보전을 위해 민간통관장을 불허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세무역개발원 관계자는 “업계의 일방적인 의혹 제기”라며 “세관지정장치장 운영과 관련해서는 적법한 지정절차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최해영ㆍ김태희ㆍ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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