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차탄천 굴착기 운전자 사망사고…불법공사 묵인ㆍ감독소홀 부른 人災

연천 차탄천에서 준설작업을 하던 50대 굴착기 기사가 물에 빠져 숨진 사고는 불법공사에 대한 당국의 묵인과 소홀한 관리·감독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지난 6일 오전 8시께 연천군 연천읍 차탄천에서 실종된 50대 굴착기 기사 A씨가 실종 26시간만인 7일 오전 10시47분께 수중탐색대에 의해 발견됐다.

9일 연천군과 시공업체, 유족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북한군 전차를 막으려고 20t 이상 하중일 때 무너지도록 하천바닥에 설치된 탱크함정을 덮고 있는 상판 콘크리트가 30t급 대형 궤도굴착기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사고당시 30t급 대형 궤도굴착기는 물론, 숨진 굴착기 기사 A씨의 공사현장 투입 자체도 불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을 통해 지방하천 건설장비 임차용역(5천200만원)을 수주한 B건설중기가 군에 제출한 공사현장 투입장비 목록에는 14t급 바퀴(휠) 굴착기 4대와 5t급 궤도굴착기 2대 등 모두 6대의 소형 굴착기만 임차하도록 돼 있다. 숨진 A씨도 굴착기 기사명단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A씨와 30t급 궤도굴착기를 공사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선 시공업체 측이 사전에 공사현장 투입장비와 굴착기 기사명단 변경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사현장 감독 군청 주무관이 불법으로 시공되는 공사현장을 확인하고도 묵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건설중기 대표 C씨는 “30t급 대형 궤도굴착기를 투입에 앞서 감독 주무관에게 작은장비(14tㆍ5t 굴착기)로는 일할 수 없다. 큰장비(30t 궤도 굴착기)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자 주무관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변경신청에 대한 재차 질문에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금액만 맞춰달라는 구두허락을 분명히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주무관은 “구두로 지시했다”고 시인했다가 “그런 일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유족들은 해당 주무관은 문제의 굴착기 투입 후에도 관리감독을 위해 1~2차례 공사현장을 방문, 이 같은 불법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감사원 감사청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천=송진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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