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이쑤시개

칫솔 대신 썼다는 작은 나무토막,

기원 삼천년 전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했다

어느 뙤약볕에 가지를 벌리고 서 있거나

새소리에 밤잠 설쳤던 나무가 갈기갈기 쪼개졌다

가늘어진다는 것

빛과 소리들을 발끝에 뾰쪽이 내밀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옷을 벗어버렸다

뿌리의 본성이 남아

애면글면 입 속의 틈을 찾는다

이빨 사이 낀 새의 울음소리나

시도 때도 없이 뱉어내도 남아있는 헛소리도 긁어낸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식후 입에 물고 나온다

후식 과일 한 조각 물고 있던 손잡이

계산대 위에 수북이 꽂혀

하루 일당도 받지 못하고 돌아간 일용직

산동반도 어느 뒤뜰 바람소리가 난다

 

최태랑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 <물은 소리로 길을 낸다>

<도시로 간 낙타>.

인천문학상, 시작문학상, 전국 계간지 작품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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