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에게 도움 받은 것 중 일부만 돌려드리는 건데 자랑할 만한 게 어디 있나요?”
10년 전부터 안양시 만안구 안양9동에서 만두전골 전문점 ‘두루터’를 운영하는 안봉규 사장(66). 그는 지역에서 소리ㆍ소문없이 주위에 어렵고 소외된 어르신들을 남몰래 도와온 숨겨진 의인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의 봉사는 안양9동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하기 시작한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해마다 12월이면 20kg짜리 쌀가마 50포대든, 10kg짜리 100포대든 총 1천kg의 쌀을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매출이 반토막이 났지만 봉사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 때문이다. 지난해 3월에는 다시 남몰래 현금 100만원을 이웃에 전달했다.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최대호 안양시장은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귀하께서 보여준 기부와 후원이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됐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안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에 매달 10만 원씩 기부를 해오고 있다.
그의 사회봉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안씨는 10년 전에 아내를 따라 천주교 신자가 됐다. 천주교 신자인 아내의 권유로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천주교 신자가 된 이후에는 수리산 성지에 매달 10만 원의 봉헌을 이어오고 있다.
성지 관계자는 “매월 1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성지를 위해 10년간 봉헌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안씨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충남 공주 태생으로 한식ㆍ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 정계의 거물들이 자주 드나들던 서울 종로의 한 양식당에서 일을 배웠다.
그런 안씨가 안양에 터를 잡은 건 동안구 호계종합시장에서 방앗간을 하던 작은 누나를 따라서다. 1990년대 중반 그는 호계시장에서 가장 유명했던 ‘세창’ 정육점을 오랫동안 운영했었다. 당시 그는 충남 홍성, 광천 등을 가리지 않고 전국의 우시장을 찾아 다니며 한우 암소만을 고집했다.
정육점의 차가운 냉장고를 들락거리다 몸이 상한 그는 잘 나가던 가게를 직원에게 넘기고 지난 2012년 안양9동에 두루터를 열었다.
요리사 경력에 정육점까지 운영했던 경험이 우러난 그루터의 음식 맛은 금새 입소문을 탔다. 가게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는 봉사를 하는 원천은 안양시민이라고 말한다.
안씨는 “지역사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장사가 잘 됐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어려운 분들을 도우며 사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닌가 싶다”며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안양=한상근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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