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무지의 자각

그리스 델포이 신전 기둥에 ‘네 자신을 알라’라는 문장이 기록이 돼 있다고 한다. 이 문장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라고 대중에 널리 알려지기는 했지만, 소크라테스가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아마도 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문장은 대부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소크라테스는 이 문장과 유사하게 “네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라”고 하며 ‘무지의 자각’을 그리스의 많은 사람에게 전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아는 지식과 그에 따른 견해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사람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모두 다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민주주의 시대를 사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의견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나의 주장이 옳고 타인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의 주장을 바꾸고 과거의 자아로부터 벗어나려 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은 신과 같이 완벽하지 않다.

소크라테스가 ‘무지의 자각’을 강조한 것은 자신의 주장이 틀릴 수도 있으니 항상 반성적 사고를 통해서 겸손하게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잘못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은 옳고 타인의 잘못은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순간 커다란 오류에 빠지고 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이 이 오류에 빠진 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자각’은 겸손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인식 속에서는 절대로 화합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므로 많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적어도 나에게 관대함을 베푸는 만큼 타인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관대함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나중에 그 엄격한 잣대가 부메랑과 같이 나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독단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자신의 주장이 시간이 흐르고 나서 바뀌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지의 자각’을 통해 우리가 인식해야 할 것은 ‘나의 생각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생각도 소중하다’는 보편적인 진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창휘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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