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상화물운임이 3배 오르고 그나마 웃돈을 주고 선복(선적공간)을 구해야 합니다. 회사 설립 이래 최대 수출주문을 받았지만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서 남는 것이 없어요.” 주방용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이번 운송 대란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선복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작년 8월부터 글로벌 교역량이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며 코로나로 항만하역 및 내륙운송이 지연돼 공 컨테이너 수급 불균형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고 있다.
선박 투입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해운시황의 큰 변동성 탓에 배를 늘리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한때 미주지역 최대 국적선사 한진해운이 공격적 확대 경영을 하다 무너진 사례를 해운회사들이 잘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것은 ‘각자 따로, 함께’ 전략인 해운동맹에 기대는 것이다.
해운동맹은 마치 항공사의 경우처럼 회원사 간 운송 루트, 선적 공간 등을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불균형의 경우에는 고운임으로 초과수요의 혜택은 누리면서도 공급을 늘려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화물 대란의 피해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해운사와 연간 단가계약을 맺기에 운송료 변동에 영향이 적지만 중소기업은 시장가격을 지불하고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한다고 해도 중소기업은 우선순위에 밀려 제때 선적마저도 불안한 현실이다.
또한 화물 대란으로 수출 가격경쟁력과 거래처 지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바이어가 운임을 부담하는 경우 비용지출이 많아서 수출가 인하 요구 및 구매처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에서도 운송료 지원과 중소기업을 위한 선복공간을 지원하고 있지만, 책정된 예산이 이미 소진됐고 마련한 공간도 기업의 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라 해운시황이 개선될 때까지 만이라도 정부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중소기업들의 요구가 크다.
위와 별개로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해운사와 연간 단가계약을 맺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 대기업과 달리 물동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개별로는 할 수 없지만 다수 기업의 물동량을 모아서 해운사와 계약을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선 지자체나 공공부문의 중간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수출화물 운송 대란은 가까운 시일 내 끝날 것 같지 않다. 경기회복의 열쇠를 쥔 선진국들의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운송 대란의 중심에 있는 미국의 판매대비 재고율이 코로나 이전 1.5에서 현재 1.23으로 많이 낮아 수입 지속에 따른 물류적체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최근 소비증가가 코로나19 회복과정의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세계적 온라인 소비 패턴화가 소비 자체를 더 늘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모처럼 수출시장의 이런 호기를 맞아 중소기업들이 물류비용부담과 선복애로 때문에 그 과실을 따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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