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초등부부터 일반부까지 가장 많은 씨름팀을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상급 선수들이 지속 배출되는 것을 보면 경기도 씨름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할 정도다. 이것은 경기도에서 끊임없이 씨름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9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남북씨름교류’와 ‘씨름진흥’을 모색하려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보면 경기도가 씨름의 리더로서 한발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제주 씨름의 역사적 의의와 과제’란 주제로 발표를 한 심승구 한체대 교수는 씨름의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어 남북 교류협력의 씨앗이 되고, ‘몸짓으로 세계를 잇는’ 무형의 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태현 용인대 교수는 남북간 경기방법의 차이가 존재하고 북한에서 전승돼 온 씨름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경기방법의 재연과 학술교류의 필요성이 요구되며 교육관, 체험관, 박물관 등이 포함된 ‘씨름전수기관’을 관광도시 제주에 건립해 씨름진흥도 함께 이루자고 했다. 김동선 경기대 교수는 남북씨름교류 20주년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공동등재를 기념한 행사를, 강경훈 제주도씨름협회 회장은 제주도에 ‘씨름평화 공원’ 건립의 필요성을,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은 ‘제주도 씨름진흥에 관한 조례’ 제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 김민호 제주도교육청 과장은 학교 체육에서 씨름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하고, 초등 교과서에 씨름이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씨름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씨름은 2018년 남북한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돼 ‘남북 평화의 기여’와 ‘세계인의 무형문화재’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씨름보존과 전승을 위한 ‘인력의 양성’과 ‘전수시설’의 건립은 아직 진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제주도의회가 중심이 돼 남북평화와 씨름진흥이라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씨름의 경기력 측면만이 아닌 씨름의 역할을 모색하고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안을 찾으려는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오늘의 경기도 씨름이 있기까지 힘써준 경기도의회가 나서야 할 때가 됐다. 경기도 씨름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될 정도로 씨름이 성행하던 곳이 많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 씨름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씨름보존과 전승을 위한 ‘씨름 전수기관’ 설립 방안을 모색해본다면, 씨름의 역사가 경기도를 통해 새롭게 바뀌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를 중심으로 씨름진흥과 남북평화에 기여하는 정책토론회가 개최돼 남북을 넘어 인류평화와 사회에 공헌할 기회가 만들어지길 희망해본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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