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
운연동 농장으로 가는 길
꽃들은 다투어 피어나는데
분봉하는 벌들 어지럽게 하늘을 나는데
목줄에 매인 개 한 마리
마당 한 쪽 디딤돌에 턱을 받치고 졸고 있다
소래산이 눈을 뜨고 기웃이 내려다보듯
텃밭까지 내려온 곤줄박이 슬픈 귀를 대어보듯
얼레지 보랏빛 언덕길로 숨을 몰아가다
긴 호흡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진 바람
그 바람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파라오의 비밀처럼 하얀 속살
부피도 무게도 없이 내 손등 위에 떨어진다
저만치 때까치 소리에 놀라 잠 깬 개울물
산허리 꽃길을 따라 깊게 흐르다가
어느새 내 눈언저리에 그렁그렁 고인 소래산 언덕길.
신규철
강원도 원주 출생.
<시와 정신>(시) <문예한국>(수필) 등단.
제물포문학상(수필) 인천펜문학상(시) 수상.
시집 <낡은 의자에 앉아서>.
수필집 <소래포구 해안길을 걷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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