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료원 인력·시설 전국 최고 수준, 비급여 항목 지원 등 보완해 실효성 높인
‘아동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도 추진 중...난치병 환아 가족들과 진솔한 대화나눠
시설 확충·보건소 등으로 정책확대 계획
“비용 탓에 치료 못 받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공공의료 지원이 확대된다면, 부모들이 아픈 아이들 끝까지 안고 갈 수 있을 거예요”
선천성 소뇌 기형증인 ‘댄디워커 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이은성군(2)의 어머니 이지연씨가 지난 25일 성남시의료원에서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전한 말이다.
은수미 시장은 이날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을 찾아 ‘수미가 간다’ 활동의 일환으로 희귀 난치병을 앓는 환아 가족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미가 간다’는 은 시장이 직접 시민을 만나 어려움을 청취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시민소통 프로그램이다.
이날 간담회는 이 시장과 은성군 어머니 이씨와 은준군 어머니 조씨, 성남시의료원 최은정 아동재활 전문의 등이 참석했다.
■난치질환 환아 母 “경제 등 어려움 속 성남시 공공의료 정책이 한 줄기 빛”
은성군의 어머니 이씨는 과거 타지역 대학병원에서 은성군을 치료하던 시절을 ‘아이를 돌보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이씨는 “은성이가 첫돌이 되기 전까지는 치료받을 때마다 울었다”며 “치료 시간은 30분뿐인데, 아이가 울어서 치료 진행이 어렵자 그냥 돌아온 때도 잦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이씨 부부에게는 시간을 맞춰 타지역 병원을 가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치료비 역시 큰 부담이었다. 이씨는 “치료 비용도 비급여로 보험이 되지 않았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며 “어떨 때는 너무 비싸서 당일에는 치료를 못 받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돈 때문에 아이 검사를,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고 울먹였다.
태어나자마자 뇌출혈 3기, 뇌성마비를 진단받은 김은준군(10)의 어머니 조정현씨는 아이가 커가면서 생기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은준군은 평생을 살아오며 거의 매일 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부터 지방까지 다니며 많게는 하루 6~7개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 치료가 힘들 때면, 사설 치료로 빠지게 되는데 이 비용 역시 상당하다. 조씨는 “치료 비용으로 반 농담으로 ‘집 한 채를 팔았다’고 말하곤 한다”며 “경제적인 부분에서 올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씨와 조씨는 경제적 어려움과 체력적 힘듦으로 주변에서 ‘조금씩 놔줘야 한다’, ‘아이를 포기하라’는 말도 종종 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성남시의료원의 등장은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은성군은 대학병원 못지않은 시설과 인력을 둔 성남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시로부터 아동의료비 상한제 신청 및 치료비 지급을 지원받고 있다. 은준군 은 성남시의료원의 케어와 어머니 조씨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제는 잡고 걸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꾸준한 인지ㆍ언어 치료로 조씨와는 소통이 가능한 상태다.
■은 시장 “용감한 부모님들 위해 성남시가 더 돕겠다…공공의료 정책 확대할 것”
은수미 시장은 이씨와 조씨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어 이들의 손을 잡아주며 ‘용감한 어머니들’이라고 칭했다. 은 시장은 “정말 용감하다. 참 어려운 일이고, 매시간이 힘들 것이다”라며 “성남시에서 많이 도와드리겠다. 용감하신 어머님들께서 용기 잃지 않도록, 아이가 클 때까지 성남시가 같이 가겠다”고 약속했다.
은수미 시장은 성남시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공공의료 정책에 대해 ‘성남시의료원 건립 자체가 대표 정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은 시장은 “전국 256개 지자체 중 이런 규모 공공의료원 지닌 지자체 없다”며 “22개 진료과와 5개 센터를 갖춘 전국 최고 수준의 공공의료기관으로 민간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병원 40% 이상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내놓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의료기관으로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 역시 안정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 제도는 아이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진료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중 100만원이 넘는 금액은 시에서 지원하는 정책이다.
물론 기존의 지원방안이 있었지만, 실손보험은 선천적 장애나 유전질환 등에 의한 의료비는 보장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또 정부의 소아암, 희귀질환, 선천성이상아 지원사업은 소득기준액 적용으로 저소득층 지원에 머무르는 등 사각지대가 많고 실효성이 떨어졌다.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는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한 복지 정책이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본인 부담과 비급여분을 포함, 민간보험에서 보장되는 않는 비급여 항목도 지급한다. 아울러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비 차등지원도 정부 기준보다 대폭 완화돼 사실상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성남시는 현재까지 뇌성마비, 조산아, 자폐 등 환아들에게 30건 3천878만원을 지원했다. 대상 연령도 당초 만 18세 미만에서 보건복지부 협의 과정에서 만 12세 이하로 낮아졌지만, 지속적인 건의로 지난 5월 원안인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하는 성과로 이뤄냈다.
은 시장은 “아이들이 치료받을 돈이 없다며 기부금을 모금하는 광고를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인데, 아이들을 위한 의료 케어는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정책 취지를 밝혔다. 이어 그는 “발달 장애들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고, 더 나아가 보건소에서도 기획하고 있다”며 정책 확대를 예고했다.
은 시장은 해당 정책의 전국 확대를 기대했다.
그는 “성남시 정책 이후 정부차원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의료비 제로’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특정 질병에 한해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업의 효과와 필요성을 증명한 만큼, 앞으로 아동수당 사례처럼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성남=문민석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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