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슈_ 벼랑 끝 반지하 사람들] 도민1.5% 반지하 거주…주거대책마련 시급

성남시의 한 반지하주택에서 집주인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이 집은 윗집에서 일어난 침수로 곰팡이 등으로 엉망이 돼 공사를 앞두고 있다. 윤원규기자
성남시의 한 반지하주택에서 집주인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이 집은 윗집에서 일어난 침수로 곰팡이 등으로 엉망이 돼 공사를 앞두고 있다. 윤원규기자

경기도민 1.5%가 반지하에 거주…. “소외계층 주거환경 개선해야”

경기도민 1천만명 중 1.5%에 해당하는 15만여명이 위생과 안전, 사생활 보호 등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개발ㆍ재건축,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면서 반지하 거주민들이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는 현상이 발생, 이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27일 통계청과 경기도, 경기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경기도 전체 567만 세대 가운데 1.58%인 9만 세대(15만명 추정)가 여전히 반지하에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다 지역으로는 부천시 1만5천450세대, 수원시 1만4천452세대, 성남시가 1만2천165세대로 가장 많았고, 안양시(1만155세대)와 용인시(5천579세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에서 반지하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때는 단독주택에서 기존에 창고나 방공호로 쓰던 지하실을 셋방으로 내놓기 시작한 1970~80년대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주택난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지하층 설치를 권고했다. 지상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공급돼 저소득층 주거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채광이 부족하고 환기가 어려우며, 습기로 인한 곰팡이 및 결로 발생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더군다나 구조상 대피가 쉽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폭우 등 자연재해 시 침수ㆍ감전 위험이 큰데다, 외부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생활 침해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반지하는 서민들에게 익숙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고 있지만, 지난달 발표된 경기연구원의 ‘반지하 주거환경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의 반지하 가구 수는 2018년 9만6천가구, 2019년 9만3천여가구, 2020년 9만여가구 등 매년 3천가구가량이 줄어들고 있다.

일선 지자체에선 반지하 수가 감소한 이유로 활발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연 멸실되고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반지하 숫자가 줄어든 이유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이 많이 추진되면서 단독이나 다세대주택에 있는 반지하 물량이 정리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열악한 구조지만 서민들의 선호하는 주거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빈집을 리모델링해 활용하거나, 주거 이전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선진국 사례 도입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LH나 GH에서 진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일정부분 수익창출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반지하 등 최극빈층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들이 일부 적자를 감수하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부의 재분배도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지하 등 열악한 형태의 주거환경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선 건물주가 집을 리모델링 하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데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반지하 거주자들을 위한 월세 지원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로컬이슈팀=하지은ㆍ정민훈ㆍ김해령ㆍ김현수ㆍ김영호ㆍ최태원ㆍ노성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