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도둑정치와 약탈정권

집권 10년차인 북한 김정은 정권의 행태가 올해 들어 너무 수상하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제1비서’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2인자를 허용할 수 없는 북한에서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명기(당규약 제26조)해서 김정은의 건강이상설과 함께 후계자 담론이 증폭되고 있다.

1년에 1~2번 개최하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전반기에만 벌써 3번이나 열었다. 김정은은 지난달 29일 당정치국확대회의를 소집,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면서 최고권력기관인 당 정치국의 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을 해임, 강등 및 숙청했다. 김정은은 자주 쉽게 권력 실세들을 수시로 갈아치우고 있다.

중대사건은 코로나19 방역과 식량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비축 군량미까지 풀어 인민들에게 나눠주라는 특별명령을 알렸음에도 교시집행을 태공(만) 했다고 대노했다. 담당 비서가 숙청되고 북한군 서열 1,2인자에도 철퇴가 가해졌다.

현재 북한은 3년 이상 지속된 유엔 제재에다 코로나와 홍수해까지 겹쳐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했다. 배급 중단은 오래전 얘기고 2천500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민이 굶주리게 됐다. 오류가 절대로 없는 수령 김정은이 직접 ‘식량문제’를 언급하면서 140㎏의 체중을 10~20㎏ 정도 감량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벌써 수십 년째 장기화하고 있는 구조적 현상이다. 농업 생산방식이 낙후한 것도 문제지만 주된 원인은 독재자와 권력 엘리트들의 지배연합이 국가의 자원을 독점하고 인민의 재산을 도둑질하며 약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인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도둑정치(kleptocracy)’를 행하는 ‘약탈정권(predatory regime)’이다.

그들은 ‘수령경제’라는 특별경제조직을 구성, ‘인민경제’를 수탈한다. 수령경제가 김가 왕조의 권력유지와 핵무기 개발에 투입되는 돈만 줄여도 인민들의 8년치 식량을 구할 수 있다. 도둑정치를 일삼는 약탈정권은 밖으로도 손을 뻗쳐 달러는 물론 잠수함과 원전 관련 자료를 도둑질하고 약탈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독재연구로 유명한 부에노 데 메스키타(Bueno de Mesquita) 미국 뉴욕대 교수는 ‘도둑정치와 약탈정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선출된 권력임에도 통치자는 일반 국민의 주머니를 도둑질하고 약탈해서 자기편에게 넘치게 보상하는 방식으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해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4차 대유행을 불러올 것 같은 걱정과 함께 ‘도둑정치와 약탈정권’의 모습이 이 나라에서도 두드러지는 것 같아 씁쓸한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