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국제무예대회 패러다임 ‘언택트’

코로나19는 스포츠 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세계인의 축제가 돼야 할 도쿄올림픽은 급증하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갈피를 못 잡고 있고,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는 지난 1월 개최 예정인 루체른 ‘2021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연기했다. 또 국제대회 개최를 앞둔 국제연맹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대회의 개최 여부를 놓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발 빠르게 대처하는 종목단체도 있다. 바로 ‘온라인 대회’다.

지난 3월 세계태권도연맹(WT)은 ‘온라인 2021세계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를 개최했고, 백석대학교 총장배태권도대회는 국제온라인대회로 전환하면서 세계 22개국 4천6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또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는 대한민국의 IT 기술을 앞세운 세계 최초의 ‘온라인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가 개최된다. 이 대회는 GAISF(국제경기연맹연합회)와 ‘2019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를 성공으로 이끈 WMC(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에서 주관한다.

8월부터 예선전을 시작으로 태권도와 유도, 용무도, 택견 등 10개 종목에 100여개국의 3천300여명이 참가하고, 청주에 스튜디오와 온라인플랫폼을 구축한 후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국제연맹이 주축이 돼 종목별 대회를 진행하고, 국제연맹에서 인정한 선수와 국제심판, 관계자 등이 참가한다. 그러나 이 대회는 ‘No 비자, No 여권, No 항공권’이라는 온라인 대회의 장점을 최대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해당 국가의 온라인을 통해 품새나 형(形)을 화상으로 전송하고, 심판들은 이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평가해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이 대회는 변종 바이러스가 들끓는 지구촌의 현실을 고려하는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의 대회로 세계 각국의 무예 문화를 교류하고 무예 교육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저개발 국가의 선수들은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고도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무예를 수련하는 세계인의 축제로 확대될 수 있다. 그동안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가 열릴 때면 저개발 국가의 임원과 선수들은 비자 문제로 한국에 입국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입국에 성공한 선수 중에는 갑자기 팀을 이탈하는 문제로 대회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했었다.

이렇게 온라인 대회라는 새로운 경기방법을 도입해 인류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우리나라가 보유한 ‘IT 기술’과 ‘무예 허브 국가’로서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WMC는 ‘온라인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를 계기로,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저개발국에서도 세계무예마스터십을 개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국제스포츠계가 서구 중심의 세계라면, 국제 무예계의 리더는 대한민국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응원을 보낸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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