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3개월 만인 올해 4월14일 9·11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 악순환을 끊기 위해 아프간에서 철군을 발표했다. 철군의 표면적 근거는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2011년 제거해 정의를 실현한 지 10년이 지났다는 점이다. 전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5월1일 나토 동맹군 및 탈레반과의 철수에 합의 한지 1년이 된 시점에 바이든은 전직 대통령인 부시 및 오바마와 협의를 거쳐 철군을 공식화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 연합군의 철수에 따른 힘의 공백을 아프간 국방안보군(ANDSF)을 강화해 질서를 유지하면서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거쳐 민주적 선거를 치르고 새로운 정부 구성을 구상하고 있다. 아프간 평화협상을 통한 합의의 핵심은 각 지방을 대표하는 로야 지르가(loya jirga)라는 대의기관을 구성해 헌법을 개정하고 경제와 민생을 위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고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카타르 도하에서 휴전과 정치 일정을 위한 협상을 개최했지만,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고 이를 타개하려고 UN과 같은 신뢰할 만한 국제기구의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협상이 지연되는 동안 힘의 공백이 계속되면 탈레반은 스스로 미군과 나토를 몰아냈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합의가 아니라 군사적 행동을 통해 국가 장악을 시도할 위험이 있다.
철군 후의 정치적 위기에 대한 안전장치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도 미국이 철군을 추진하는 배경에 다양한 해석이 있다. 단순하게는 그간 미군 사상자가 2천500명 달하고 2조 달러의 전쟁 예산이 투입될 정도로 인명피해와 재정손실이 심각하다. 실제 트럼프는 미군의 아프간 주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철군에 합의했다. 바이든이 합의를 수용한 것은 미중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 중국의 추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자 불필요한 전선의 확대를 최소화해야 하는 정치적 필요성이 작용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결정은 패권경쟁을 위한 국력의 효과적 투사를 넘어서 미국이 21세기 민족자결과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외교를 활용해 소프트 파워를 확대하기 위한 역사적 실험으로 보인다. 민주당 가치외교는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와 카터의 인권외교가 유명하지만 최고의 성공사례는 2차대전과 전후 질서를 주도한 루스벨트와 트루먼의 성공이다. 전승국으로서 식민지의 독립을 지지하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비전 제시는 미국의 가치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자발적 동의를 끌어냈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철군을 실현하여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는 규범을 실천하는 초강대국 이미지를 확산시키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아프간에 대한 외교 및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민주적 선거를 통한 정부 수립을 도와 아프간 국민 스스로 국가 질서를 유지하고 경제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패권경쟁에서 중국과 차별화의 핵심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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