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휴먼웨어의 강화가 경쟁력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공공의 문화욕구는 날로 늘어나고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하드웨어는 신축이든 리노베이션을 통하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관련해서 문체부는 최근 들어 문화도시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통해서 문화역량 강화를 꾀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지방정부들은 이를 담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가 눈앞에 도래한 것 같아 예술인의 일원으로서 기대가 남다름을 숨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완수하려면 선행돼야 할 과제들은 도처에 산재한다. 예컨대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 중심의 관점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다. 다수의 실패한 프로젝트들의 문제점 중에 높은 분포의 공통분모를 이루는 대목이다. 공간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사용자의 관점이 배제된 생산자 위주의 일방적 관리와 전달 체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고, 따라서 성과를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프로젝트 설계 단계부터 사용자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넓고 다양한 시각을 수집하고, 반영하고, 포용하는 휴먼웨어의 강화에 있다 할 것이다. 공간을 꾸미고(하드웨어) 생명력(소프트웨어)을 불어넣는 일련의 작업이야말로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나아가 공간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피고 만전을 기한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그 효용의 가치를 잃고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며 파행으로 표류하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릇의 크기는 그 쓰임의 양을 좌우하고, 담고 싶은 것이 많으면 그릇을 키워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만들어 놓고 본 자식의 양의 확대는 운영의 파행으로 나타나고 정상궤도를 벗어나 그 고통의 분담이 시민들에 전가됨을 감안할 때 설계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사전점검을 통해 이를 추진해야 함은 물론 쓸고 닦는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보통은 이러한 프로젝트는 지역주민과 공공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민이 주체하고 공공은 지원하곤 한다. 상하이의 티엔즈팡과 뉴욕의 하이라인이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공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로는 쇠락한 항구도시를 연간 1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과 런던의 탬즈강을 중심으로 한 도크랜즈 프로젝트, 섬을 통째로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킨 일본의 나오시마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우리는 이들의 프로젝트가 국내외에서 벤치마킹의 모범답안으로 세간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이유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것은 프로젝트의 규모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용 가능한 크기의 설정과 일방적인 밀어붙임이 아닌 민간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한 청사진의 설계 등 이를 진심으로 소비주체와 소통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통해 문화를 주도하는 주체인 휴먼(Human)에 방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에도 닦고 기름 치며 조이는 사후관리를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를 넘어서 관광자원화를 통한 수익 증대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다.

이렇듯 우리 안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위한 다양한 꿈들을 꿔보지만, 사고의 전환과 그 행동이 묘연한 것은 왜일까? 아직도 우리 사회가 덜 성숙해서일까? 사람냄새가 그리운 순간이다.

이영길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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