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통일부는 413일 만에 단절됐던 남북의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갈등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남북관계에 희망이 보여 다행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9일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남북의 연락선을 끊어버리고, 곧이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됐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남북 정부는 물밑 교섭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자는 노력의 결과로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게 됐다. 통신연락선 복원이 있기까지 남북은 대화를 통해 몇 가지 의제에 대해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봉쇄, 식량부족, 코로나, 재해 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중국의 도움이 있었지만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례적으로 북한은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올해 곡물 700만t의 생산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국의 식량난을 공개한 것은 식량 생산에 대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북한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보건과 위생이 취약한 북한 입장에서는 피해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여러 가지 위험에 처한 북한에 코로나 백신 지원과 방역, 식량의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제의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피할 수 없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 정부의 제안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에 대한 코로나 백신 지원은 아직까지 남한의 백신보급률이 높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신속한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달에 있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는 북한 내부의 정치 상황 속에서 명분을 쌓는 효과와 남북 혹은 북미 대화에 있어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전략으로 사료된다. 정부와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북한이 대화의 무대로 다시 나설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북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일방적인 자세를 지양하고 책임있는 노력해 민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북인도적 지원, 한미연합군사훈련 여부 등을 전제로 해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 간의 대화를 넘어 북미 관계도 개선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가 실행돼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의 계획을 제시하며 북한과의 대화에 임해야 한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의 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남북은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 통신연락선의 복원을 계기로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길이 모색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휘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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