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가까워지는 중국과 아세안

중국 자본과 기술로 중국-라오스간 고속철도가 양국수교 60년 맞춰 오는 12월2일 정식 개통한다. 국경의 산악지형을 관통하는 난공사와 1년 6개월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착공 후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라오스 국경도시 보텐에서 수도 비엔티엔까지 400㎞ 구간의 철도망 구축을 서두르는 것은 이 고속철 개통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철도 개통으로 중국 쿤밍에서 라오스 수도까지 3시간이면 닿는다. 과거 15시간 걸리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이다. 라오스 입장에서는 교역량 증가는 물론, 중국인 유입에 따른 자국의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태국, 베트남에 갇혀 좀처럼 경제 활동의 모멘텀을 갖기 어려웠던 아세안 최빈국 라오스가 자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이번 철도개통식을 갖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의미를 크게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중국으로서는 라오스 고속철 개통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세안 전체로 확장하려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중국은 쿤밍을 기점으로 말레이시아-싱가포르까지 연결하는 범아 철도 네크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총 3개 노선으로 캄보디아, 태국을 경유한다.

중국이 이처럼 아세안에 집착하는 것은 자국의 제조경쟁력 약화에 따른 대체 생산기지로써 아세안이 적지이며, 아세안이 높은 경제성장으로 산업 및 소비재의 큰 수요시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주도로 15개국이 체결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아세안 10개국 진출 장벽들을 낮추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2020년 중국전체 교역량에서 아세안이 유럽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계획대로 동남아 전역에 중국 표준의 철도망과 운영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막대한 자본력과 정부주도의 추진동력을 받고 있는 중국에 비해 민간주도로 인프라 구축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일본 등의 경쟁국들은 아세안에서 입지가 좁아 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이슈들로 중국과 갈등을 겪어 왔던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의존도가 철도를 넘어 산업전반으로 파급될 것을 우려, 대외 경협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우리의 몫을 찾아야 한다. 단순 수출입 무역으로는 안 된다. 이들 국가들이 절실히 필요로 한 것들을 찾기 위해 이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부자가 되려면 먼저 길을 만들어라”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중국-라오스 고속철도가 그 길이 듯 우리도 우리 길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장점을 살려 그들이 인정하고 우리만의 입지를 굳히는 것에 기업과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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