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호흡 약한 아이 마스크도 못쓰는데… 대기 내내 ‘불안’

수원·성남 등 도내 병원 곳곳...‘간격 유지’ 안내 스티커 실종
좁은 공간 영유아·성인 뒤섞여, 전문가 “예약시간대 분류 필요”

“호흡이 약해 마스크도 못쓰는 아이 근처에 모이는 모든 사람들이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가운데 거리두기 실종이 곳곳에서 포착,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의 감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수원시 권선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 10여개의 소파와 의자에는 대기자 간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자 착석 금지를 표시하는 스티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 품에 안겨 잠든 영아들 근처로 성인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호흡이 약해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아이를 안은 부모들은 혹시나 모를 감염 위험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석이 된 자리는 어느새 새로운 접종 대기자들로 곧바로 채워졌고, 결국 한 부모는 아이를 안고 내원객들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선 채로 수십분 동안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성남시 분당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23㎡남짓 대기 공간에선 영유아 두 가족과 성인 2명이 소파에 따로 앉아 있었으나 공간이 협소한 탓에 거리두기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일상적인 헛기침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부모들의 반응에 접종자들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자체가 병원 내에서 음용 금지를 권고한 상황임에도, 과천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정수기 사용을 허가, 접종 대기자들이 수시로 마스크를 내린 채 물을 섭취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김상아씨(가명ㆍ31)는 “백신 접종자들이 몰리며 평소보다 내원객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역력도 약하고 마스크를 쓸 수도 없는 아기를 데리고 병원을 가는 것 자체가 큰 걱정거리”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백신 접종자가 16일부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모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존 55~59세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와중에 이날부터 50~54세의 1차 백신 접종이 추가로 시작되면서다.

전문가들은 내원객들이 증가하는 만큼, 위탁 의료기관들이 방역활동을 더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창훈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들이 접종자와 영유아 진료 예약시간 대를 분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무엇보다도 병원들과 모든 환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내 소아청소년과를 포함, 3천500개 병원이 지난 6월 31개 시ㆍ군 보건소와 계약을 맺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 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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