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집앞 가득 오토바이…주택가 ‘선 넘는’ 배달업체

배달대행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주택가로 모여 들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안양시 만안구의 한 주택가에 줄지어 서있는 오토바이들의 모습. 조주현 기자
배달대행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주택가로 모여 들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안양시 만안구의 한 주택가에 줄지어 서있는 오토바이들의 모습. 조주현 기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호황을 누리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주택가로 모여들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1일 오전 안양시 만안구의 한 주택가. 빌라 건물 1층마다 배달대행업체 3곳이 연달아 입점한 탓에 폭 3m의 인도 위는 사람 대신 오토바이 12대로 가득 채워졌다. 신속한 출발을 위해 시동을 걸어두니 소음은 물론 매연까지 고스란히 집안으로 ‘선’을 넘었다. 무엇보다 업체 사무실에서 불과 열 걸음 떨어진 곳에 어린이집이 있어 야외활동을 나선 아이들은 오토바이가 굉음을 낼 때마다 겁을 잔뜩 집어삼켰다.

점심 때에 다다른 시각, 군포시 산본동 일대 주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금정초등학교를 기점으로 반경 200m 권역에 해당하는 이곳 주택가엔 배달대행업체 5곳이 입점한 상태였다. 배달 주문이 몰려들자 차량 1대도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비좁은 골목 곳곳에서 오토바이가 갑작스레 튀어나왔고, 킥보드를 타던 초등학생과 부딪힐뻔하는 아찔한 장면까지 포착됐다.

딸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학부모 임세영씨(38ㆍ여)는 “아이가 집앞에서 노는 것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아직 날이 더워 창문을 열어둬야 하는데 오토바이 소음에 시달려서 잠을 설치는 날도 많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다수 배달 업무는 주로 앱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업체들은 최소한의 사무실만 유지하기 위해 상가 대신 월세가 저렴한 주택가로 집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배달대행업체의 경우 별도의 설립ㆍ허가 기준이 없어 대부분의 기사들은 자신의 이륜차 등으로 개인사업자처럼 영업한다. 업체는 배달 주문을 연계해주는 역할만 맡을 뿐 별도로 기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주체나 사내 규정 따위는 없는 셈이다.

배달대행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주택가로 모여 들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안양시 만안구의 한 주택가에 줄지어 서있는 오토바이들의 모습. 조주현 기자
배달대행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주택가로 모여 들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안양시 만안구의 한 주택가에 줄지어 서있는 오토바이들의 모습. 조주현 기자

주택가에서 소음과 매연 피해를 일으키는 데다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며 주민과의 갈등도 격화되는 모양새다. 올해 2월 용인에선 소음을 참다 못한 주민이 오토바이 여러 대에 불을 질러 폭발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택가, 특히 학교나 어린이집이 인접한 경우 많은 민원이 발생한다”며 “계도를 위해 현장에 자주 나가지만 오토바이가 자리를 비운 경우가 많고, 지자체는 실질적인 단속 권한이 없다 보니 경찰 등 기관과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륜차 교통사고는 86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특히 경기남부권에 등록돼 있는 이륜차는 31만대로 전국의 6% 수준이지만, 이륜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명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경찰은 배달대행업체 성행으로 이륜차 사고가 증가하는 양상에 따라 내달 1일부터 9주간 배달 이륜차 등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배달 이륜차의 통행과 법규 위반이 잦은 187개 지점을 중심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경기남부청 주관으로 일제 단속을 시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륜차 교통사고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엄중히 단속할 예정이며, 다른 운전자의 법규 위반을 발견할 시 적극적인 공익신고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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