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경제안전보장 강화를 추진하는 일본

미중 갈등 속에서 일본은 흔히 중국보다는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국가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은 외교안보적 측면과는 별도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중 일 협력을 중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일본은 안보 면에서는 절대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은 일본의 최대무역상대국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외국과의 교역에 관해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미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미중 갈등을 배경으로 외국과의 교역 등 경제협력 문제를 다루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매년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을 통해 경제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18일 발표된 ‘2021년 기본방침’에서는 처음으로 공급망 강화 등을 통한 ‘경제안전보장의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경제안전보장의 강화를 정책 기조로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동 기본방침에서는 반도체, 전지, 의약품 등의 전략적 산업기반을 일본에 확보할 것을 목표로 제시하는 한편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에서의 기술 유출 방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일본의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에서는 안전보장상 중요한 기업의 주식을 외국인 투자자가 1% 이상 취득할 때 사전에 신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핵심 업종으로서는 무기, 원자력, 사이버보안 등 12개 업종이 지정돼 있었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를 고려해 의약품, 의료기기가 추가됐고, 2021년 8월에는 희토류 등 중요 광물자원이 추가됐다. 정부는 국내 자원의 조사 등에 관여하는 기업에 관해서 부적절한 해외 투자의 방지를 목표로 한 것이다.

또한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채택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의 악화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경제안전보장상의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은 암묵적으로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한국도 그 대상이 된 것이다. 현재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환 및 무역관리법의 운용강화와 경제안전보장 일괄법 제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안전보장이 교역, 투자 등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는 현상은 미국,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경제안전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경제안전보장상 필요에 따라 전략적 물자의 국내생산 기반을 확보하려고 해도 경제적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실현이 어려우며 실현이 가능하다고 가정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경제안정보장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업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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