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ㆍ화재ㆍ폭염 등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폭염 한가운데서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폭염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던 이중고가 더 긴 여름을 실감하게 했다. 그 사이 2주간의 도쿄올림픽 중계는 높은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학생들이나 어른들에게 그나마 시원한 볼거리와 모처럼 마음 모은 응원으로 ‘속풀이’ 같은 심리적 치유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올림픽을 비롯한 많은 국제적 스포츠 축제는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이 인간 신체와 정신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로 쏟아져 나와 답답한 일상을 환기시켜주고 긍정적 자극을 준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선수는 브라질의 서핑 금메달리스트 이탈로 페헤이라가 아닐까 한다. 어릴 때 어부였던 아버지의 스티로폼 생선상자 뚜껑을 타는 것으로 서핑을 시작했다는 그는 올림픽 결승까지 얼핏 불운의 아이콘처럼 보였다. 올림픽 출전권 딸 때는 여권과 비자를 도둑맞고, 태풍 탓에 우여곡절 끝에 겨우 이미 시작한 경기 시간에 도착, 입고 간 청반바지를 그대로 입고 친구 보드 빌려서 예선을 치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올림픽 첫 경기에서 자기 보드가 두 동강이 나 또 다른 보드를 탔다. 페헤이라는 결승에서 ‘어릴 때부터 잘 키워진’ 서퍼였던 강력한 경쟁자를 누르고 우승했다. 좋은 파도를 타겠다고 시간을 보냈던 경쟁자와 달리, 파도를 고르지 않고 자기만의 경기를 했던 그의 파란만장한 올림픽 여정은 올림픽 공식 트위터에 만화로 소개됐다. 정말 만화 같은 일이다. 한쪽 팔을 상어에게 잃고도 서핑으로 월드챔피언이 되었던 서퍼 배서니 해밀턴의 삶을 영화화한 <소울 서퍼>가 생각난다. ?즐기는 자와 포기하지 않는 자가 결합된 최고의 스포츠선수로 기억될 두 서퍼 이탈로 페헤이라와 배서니 해밀턴.
이들의 남다른 정신력과 투지는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저절로 주어지는 신의 선물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그 과정 안에는 연습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승 조합이 있다. 올림픽이 많은 감동을 전해주는 것은 그곳이 필승 조합의 결과를 보여주는 향연의 장이기 때문이다.
연습과 시간. 이 두 가지는 우리 삶에 남다른 내공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도구다. 나이가 젊든 아니든 스포츠를 떠나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숙련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속도와 효율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우리의 사회문화적 인식 속에서 긴 시간 연습하고 숙련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조급함과 조바심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그런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사회 속에서 인간을 진보하게 하는 힘을 발전하는 또 다른 축의 아닐까 한다.
전미옥 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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