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아프가니스탄의 비극

카불 공항의 철조망을 넘어 어린 아이를 넘기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곧 다가올 위기에 대해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안전한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공항 안으로 아이를 넘기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산이라는 아픔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아이만큼은 잘살 수 있는 곳으로 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다. 올해 들어 미얀마의 쿠데타에 이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으로 인해 또 다른 비극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15일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한 후 사실상 전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고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민간인에 대한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잔인한 폭력으로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또 지난 26일 카불공항에서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로 인해 90여명의 사망자와 17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이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입장은 서로 상이하고, 국제 사회의 역학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셈을 하는 가운데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떠나서 혼란과 피해가 계속돼 하루빨리 안정과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유엔의 개입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우리나라에 협력한 390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탄압을 당하지 않도록 군용기를 통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으며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도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등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국전쟁 때 많은 나라의 지원과 도움을 받아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듯이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아프가니스탄의 사람을 돕는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으로 도약했으면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은 이제 시작됐다.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픔과 고통의 역사가 얼마나 어떻게 지속이 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타인이 겪는 아픔과 고통은 우리가 미래에 겪을 아픔과 고통일 수 있기에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인도적 차원의 노력과 협력이 국가 단위를 넘어 하루빨리 모색돼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인권 유린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효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이창휘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