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부대찌개의 부대는 미군부대를 의미한다. 6ㆍ25전쟁 중에 미군이 주둔하게 됐고, 전국 93개 중 51개가 경기도내 의정부, 동두천, 파주, 평택시 등에 주둔하고 있었다.
2002년 3월 한미 양국의 ‘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 체결 후, 주한미군기지 재배치 계획에 따라 경기지역의 주한미군공여지 반환이 시작됐고, 이에 따라 의정부의 미군기지도 반환되고 있다. 의정부시와 미군부대 주둔지들이 새로운 희망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반환공여지에 대한 중앙정부와 군의 인식이 매우 야속하다. 기지의 기능도 없어지고 이미 미군들이 다 떠나갔는데도 환경치유 등의 이유로 미군 측으로부터 조속한 반환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마치 나라가 선지 수십년이 지나도 홍범도 장군을 그리던 조국으로 모셔오지 못했던 것과 같은 자괴감이 든다. 필자는 지난해 1월1일 미2사단이 있던 캠프 CRC를 조기 반환해 달라고 정문에서 시무식을 했고 시민들과 농성한 바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공여지를 무상으로 지방정부에 귀속해 달라거나 국가주도형 개발과 투자를 해달라는 주장은 더 이상 소용없음을 알고 있다. 그나마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종합발전계획으로 승인받아 추진하는 반환공여지 사업마저도 중앙부처의 소극적인 자세와 반환공여지가 가지는 특수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있어 답답하다. 대통령과 도지사의 반환공여구역에 대한 국가차원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하겠다는 공약이 생생하건만, 실무적으로 들어가면 특별한 보상은커녕 구닥다리 지침에 막혀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의정부시와 서울시의 경계에 위치한 캠프잭슨 부지 약 20만㎡에 국제아트센터 건립 등 문화예술을 주제로 하는 복합형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민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협의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건축행위를 위한 군부대 협의 결과, 작전상의 이유로 군사시설물로부터 300m 밖으로 사업구역을 제한하고, 건축고도 또한 16m로 제한했다. 공여지의 의미, 의정부의 향후 발전계획의 의미 등을 수십 번 설명하고, 시장이 직접 찾아가 사단장에게 호소했건만, 이러한 군부대 협의내용은 사실상 반환공여지에 대한 의정부시의 개발계획을 백지화하고 그대로 그 땅을 방치하라는 말과 같다.
중앙정부의 판단도 우려스럽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는 반환공여지의 독자적 개발을 위해 민간자본 유치가 절실하다. 그런데 최근 ‘미군공여구역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개별 법률에서 규정한 사업시행자의 자격과 요건 외에 재무건전성을 추가해 신축적인 사업진행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미군기지가 있는 시의 시장으로서 10여년간 미군기지 반환에서부터 국가지원의 필요성과 특별한 배려를 요청해왔다. 부분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멀었다. 공자가 제자 자공에 이르길 정치나 국가는 식량과 군대, 그리고 백성의 믿음이 중요한 요소인데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백성의 믿음이라 했다. 정부와 군은 의정부시민에게 60년 기다려온 도리와 믿음을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요충지인 의정부, 그래서 미군부대가 60년 넘게 있었던 곳, 그래서 의정부부대찌개의 명찰이 달려 있는 곳. 서러울 때면 절로 나오는 아리랑을 조용히 불러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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