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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만에 주소 찾은 판문점,이젠 평화관광이다] 4:평화관광 컨텐츠 어떻게 해야 하나
지역사회 67년만에 주소찾은 판문점, 이젠 평화관광이다

[67년만에 주소 찾은 판문점,이젠 평화관광이다] 4:평화관광 컨텐츠 어떻게 해야 하나

北병사와 사진찍기·보초서기 등... 관광객들 북한 문화 체험 희망
원천 스토리 발굴해 ‘상품화’... 재미 더한 ‘콘텐츠 개발’ 시급, 평화광장 조성·VR 도입 의견도

1953년 6월23일 정전협정 조인을 위해 조인식장을 새로 짓는 모습. 이 건물들은 현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쪽으로 1㎞ 떨어져 있어 북한 측에 편입된 상태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판문점 관광객들은 북한병사와 사진찍기, 헌병제복 입고 보초서기, 북한문화 체험 등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대한민국여행작가협동조합이 국내외 예비 방문객(국내 방문객 40명, 외국인 방문객 20명)에게 “판문점에서 체험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남북정상회담 회의장 및 도보다리 답사,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미루나무 살펴보기, JSA(공동경비구역) 전체 답사 등의 답변도 있었다. “판문점에서 구입하고 싶은 기념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북한상품, 기념엽서, 기념사진, 티셔츠, 판문점 형상이 새겨진 자석, 동전, 모자 등의 순으로 대답했다. 북한과 연관된 체험과 상품 등이 주류였다. 이렇듯 67년만인 지난해말 ‘파주시 진서면 선적리’로 주소를 되찾은 DMZ의 허브 판문점은 남과 북을 이어 줄 수 있는 문화교두보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숙명이다. 휴전이라는 높은 벽이 있지만, 오랫동안 뚜벅뚜벅 걸어오며 축적된 평화를 콘텐츠로 ‘세계 평화관광 1번지’로 우뚝 설 때가 된 것이다. 전효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은 “판문점은 역사ㆍ문화ㆍ외교적 가치 등이 함유된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평화콘텐츠”라며 “글로벌한 위상에 걸맞는 창의적인 평화관광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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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을 출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일대교. 1사단과 유엔사령부가 통제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 베일에 싸인 원천스토리 발굴이 먼저

통일부 통일교육원 ‘판문점’ 책자의 저자인 최동근 작가는 “남북한 공유지역인 판문점은 협상의 대명사로 때로는 장벽을 넘어 사람이 넘나드는 통로와 군사적 공간에서 남북간 대화와 접촉의 장소에서 이제는 평화관광명소가 됐다”면서 “70년 가까이 대한민국 근현대 문화적(문화재적) 가치를 보유했지만 역설적으로 접근이 차단돼 더욱 신비스러운 스토리 결집체”라고 평가했다.

관련 학계도 역사적인 사건들로 둘러싸여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판문점의 가치를 평화관광으로 자원화하기 위해 원천 스토리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동미 건국대 겸임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판문점 관련 콘텐츠 발굴 및 개발과정 등을 5단계로 제시했다. 1단계는 원천 콘텐츠(스토리) 발굴로 판문점의 역사적 사건을 정리하고 관련 인물들을 직접 인터뷰해 원천 스토리를 아카이빙(기록화)하는 것이다. 2단계는 아카이빙 자료를 콘텐츠화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선별하고 3단계는 문화 콜라주를 통한 스토리텔링 작업이고 4단계는 개발된 스토리텔링 작업을 연결해 네트워크화하는 작업이다. 5단계는 이들을 상품화해 방문객에게 감동을 주고 기념품을 구매하게 해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천 콘텐츠(스토리)는 철저하게 많은 양의 확보와 발굴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판문점 관련 시설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다크 투어리즘의 역사적 장소로 사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GP 철거 등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통일의 관문2
통일의 관문2

■ 1951년 이후 판문점 장소ㆍ시간ㆍ역사가치에 재미를 더한 콘텐츠로

현재의 판문점은 휴전회담과 정전협정 조인식을 진행한 곳이 아니다. 지난 1951년 6월 첫 휴전회담 장소로는 개성 북쪽 고급 요리점인 내봉장이었다. 협상 중 북한군이 무력시위를 하자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던 유엔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초가집 4채 규모의 널문리(한자어 板門) 주막마을로 최종 합의됐다. 이처럼 판문점은 지난 1951년 첫 휴전회담부터 지난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 지난 2019년 남북미 정상방문 등 시대적으로 굵직굵직한 장소성과 시간성, 역사성 등이 평화관광 콘텐츠로써 세계적 차별성을 인정받는다. 콘텐츠개발 전문가들은 “장소마다 스토리를 부각하고 단순한 안보관광 수준을 넘어 가치에 재미를 더한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미선 대한민국 여행작가협동조합 연구원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해 민간교류 물꼬를 텄던 통일대교의 상징화가 우선 필요하다”며 “평화의 관문에 적합한 한국적 아치 설치와 주변에 판문점 박물관과 판문점 실물크기 모형 전시, 기념품점을 아우르는 평화광장 조성 등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문점의 특화된 코스화도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도보다리 등을 프러포즈 코스로 특화하고 역사체험을 위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을 도입 해야 한다”며 “판문점 고유서체 개발(판문점체)도 콘텐츠로 손색이 없다. 1950년대식 판문점 서체로 군사분계선과 휴전조인, 정전협정 등을 표현하면 의미가 더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문점과 함께 유엔사령부 통제를 받는 DMZ 안 유일한 대성동 마을을 콘텐츠화는 방안도 있다. 김미선 연구원은 “20~21세기가 병존하며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인 대성동 마을을 통째로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파주=김요섭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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