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가을의 노래

가을의 노래

 

가을은 한 잔의 붉은 와인이다

동동거리던 가을 햇살을 붙들어 앉히고

느긋하게 식탁에 함께 앉는다

투명한 크리스탈 잔에 가을을 가득 따른다

하나의 조그만 점으로 세상에 던저져

홀로 잿빛 눈속을 뚫고 가장 연약한

연둣잎으로 태어났다

올망올망 형제 매단 채 붉게 이글거리던

염천의 여름날

믿었던 가지들도 떨어져 나가고 땅을

버티고 서 있기조차 버거웠던

태풍의 눈을 견디어 낸 나날

한 방울의 와인은 붉은 보석이다

사는 일도 참아내어야만

숙성된 와인처럼

달콤 쌉싸름하다 가을은

뜸을 푹 들여 윤기 찰기 자르르 흐르는

햅쌀밥처럼 익히는 계절

잔을 높이 들어

잔 속의 와인을 흔들어본다

붉은 보석이 반짝인다

 

 

황영이

<국보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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