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대기업의 갑질과 골목상권 침해로 인해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국회에서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대기업 규제가 대기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듯,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 든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 플랫폼은 청년들이 꿈꾸는 성공을 위한 새로운 자본이다. 혁신 스타트업은 대부분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플랫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가 오히려 스타트업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기업규제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비용과 부담을 주는 원리와 같다. 그래서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규제들이 혁신의 싹을 없애고 청년들의 꿈을 짓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플랫폼의 명암은 모두가 알고 있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독과점을 조성한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불투명하고 조작될 가능성도 있어 이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을 양산하면서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양극화도 가속한다. 그렇다고 플랫폼의 성장을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혁신의 산물인 플랫폼은 혁신으로 성장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도 없고 혁신도 하지 않은 채 과다 수수료, 알고리즘 조작, 불공정 행위, 이용자 권리 침해, 데이터 불법 이용 등을 하는 플랫폼 기업에는 규제와 처벌을 가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을 만들고 이용자 권리를 보호하고 플랫폼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꼭 필요하다.
문제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플랫폼이 문제가 있다고 모든 플랫폼을 규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배달앱의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전자상거래 전체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지금 국회에 난무하는 플랫폼 규제법들이 과연 시장을 얼마나 충분하게 분석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검토해 신중하게 입안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국회의 입법 행태는 사회적 이슈가 하나 제기되면 정부를 포함해 여야 할 것 없이 제대로 된 논의와 숙고 없이 유사한 법안들을 앞다퉈 제출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를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숙고하고 논의해야 한다. 플랫폼의 혁신과 성장은 앞으로 한국경제의 디지털 전환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에 급급해 경직적이고 과도한 규제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 모든 플랫폼 서비스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 과잉규제나 부처 간 칸막이와 행정편의의 산물인 중복규제가 돼서도 안 된다. 시장을 왜곡시키는 직접 규제보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면서 플랫폼들의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조치들이 우선될 필요도 있다. 국회의원들이나 장관들의 실적 쌓기용 규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관점에서 정확한 실태조사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맞춤형 규제를 도입해 나가야 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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