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계신 분들입니다.(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대사 중)”
그렇다고 현실에선 하나뿐인 목숨을 건 게임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은행 경기본부 2021년 ‘경기지역 가계대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변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경기지역 가계부채는 520조2천억원(전국비중 29.8%)으로 차주 1인당 가계부채는 9천972만원이다. 세종(1억2천530만원), 서울(1억437만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전국 평균(9천207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4인 가구로 볼 경우 경기도민은 1가구당 3억9천888만원의 빚을 부담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현실에 처한 개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의 불씨를 틔워줄 수 있을까. 경기도는 금융채무위기 계층의 자립과 신용회복을 돕기 위해 채무조정, 소액금융, 일자리지원, 복지서비스 연계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서민금융복지지원 원스톱 통합센터’를 의정부, 파주, 고양, 구리, 부천, 안양, 안산, 수원, 광주, 용인, 평택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서민금융안전망 역할을 함으로써 각 개인이 부채로 인해 극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모두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다양한 배려와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임대주택의 실수요자인 고령의 무주택자가 처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딸을 통해 딸 명의로 임대계약을 체결한 후 혼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 온 경우 임대주택법상 ‘임차인’으로 봐야 한다는 이슈가 있었는데, 법원이 아래와 같은 여운과 감동을 주었다.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 간다. 가을걷이에 나선 농부의 입가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바라보는 아낙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우리는 모두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사건에서 따뜻한 가슴만이 피고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그들의 편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대전고등법원 2006. 11. 1. 선고 2006나1846 판결)”
그러나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 결국 파기됐다. 법의 해석과 적용도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게는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최정민 변호사ㆍ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