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핼러윈데이는 죽은 자의 유령이 인간 세계를 찾아오는 날이다. 사람들은 유령만큼 기괴한 의상을 입어 유령으로부터 자신을 감추려 했다. 핼러윈의 코스튬 전통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국 소매연합에 따르면 올해 미국인의 46%가 핼러윈 의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온갖 영웅과 공주님과 만화 주인공이 돼 으쓱한 어린이들은 물론, 마녀나 뱀파이어, 유령, 해적에 빙의된 성인들도 손바닥 비비며 대기 중인 것이다. 허나 요즘 핼러윈 코스튬은 뻔한 캐릭터보다는 새롭고 개성있는 아이디어로 그 해의 이슈와 화제를 풍자하는 것이 트렌드다.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로 어수선했던 지난 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앤서니 파우치 국립전염병연구소장 같은 인물 코스튬과 함께 손 세정제나 방호복 코스튬, 경기부양 수표 코스튬 등이 코로나 시대상을 보여줬다.
올해는 재택근무와 언택트 일상을 반영하는 ‘줌(Zoom)’ 코스튬이 일찌감치 화제였다. 온라인 영상 미팅을 위해 넥타이와 재킷을 단정히 차려 입고 파자마나 트렁크 팬티에 슬리퍼를 신는 반전 코스튬은 유쾌한 공감의 메시지가 됐다.
뿔달린 털모자와 얼굴에 미국기를 그려넣은 야수의 모습으로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던 큐어넌 추종자는 연초 ‘트럼프 지지자용 코스튬’ 모델로 회자됐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의 버니 샌더스는 밈 유행에 이어 핼러윈 코스튬 베스트에도 올라있다. 1회용 마스크에 허름한 재킷, 뜨개질한 벙어리 장갑이 포인트이며 이동식 의자를 휴대해 다리를 꼬고 앉는 것이 옵션이다. 크립토 열풍에 ‘도지코인’의 도지 강아지 탈과 투더문(To the Moon) 그림의 도지 티셔츠도 핼러윈 의상으로 등장했다. 뉴욕의 유명 자선파티 ‘멧 갈라’ 에서 모델 킴 카다시안이 입은 블랙 복면 드레스는 ‘철통 보안’ 코스튬으로 여성들 사이에 화제다.
하지만 올 봄 여름 내 이어진 이 모든 트렌드를 단숨에 완파하고 최고의 코스튬 후보로 급부상한 아이템이 있다.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물 ‘오징어 게임’이다. 오징어 게임은 즉시 미국인들의 ‘2021 핼러윈 코스튬 원픽’ 에 꼽혔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레딧 게시판에는 오징어게임 코스튬을 추천하는 다양한 피드와 제작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아마존과 이베이, 엣지 등의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는 456번
핼러윈 코스튬은 미국인들의 최정예 관심사와 트렌드를 반영하는 사회적 메신저로 진화 중이다. 오징어게임이 궁금한, 오징어게임을 체험하고픈, 오징어게임의 감상을 나누고픈 다수의 열망이 핼러윈 코스튬으로 현란하게 드러날 무리의 모습은 얼마나 장관일까, 얼마나 강렬한 메시지일까. 한국의 문화적 감수성이 미국과 세계의 공용 와이파이에 빨려들 듯 수신돼 심장 속 ‘공감’ 폴더에 안착했음을 확인하게 되나 싶다. 물 건너 사는 이의 관전 포인트다.
최주미 디지털 콘텐트 에디터ㆍ미국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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