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오징어게임과 중동 미디어문화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TV부문 1위를 차지한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과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며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

‘역대급 신드롬’이라는 넷플릭스의 자체평가 외에도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미국 포브스), “K드라마의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프랑스 RTL),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킨 한국시리즈”(스파인 시네마 가비아) 등 전 세계 언론들은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게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한국 전통 놀이를 체험하는 이벤트가 해외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팝업 스토어에서 진행된 체험행사에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고, 미국의 한 업체는 ‘달고나 Korean Style Sugar Candy’를 신메뉴로 출시했다. 또한 이베이에서 달고나 만들기 키트가 최대 수만 원대에 판매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중동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요르단, 모로코, 터키 등 주요 중동 국가에서도 오징어게임은 1위를 차지하며 중동시장을 석권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의 재외 한국문화원(Korean Culture Center)에서는 극 중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딱지 등 한국의 전통 놀이를 체험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중동시장에서 오징어게임의 인기요인 중 하나는 국가별 상이성이 존재하지만, 전체 인구의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25세 미만의 젊은 층 인구로 분석할 수 있다. 이 젊은 층은 소셜미디어를 필두로 한 적극적인 미디어참여로 중동 젊은 세대의 정체성과 소통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중동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미디어 참여문화는 표현의 자유와 전통적인 대화 방식의 변화를 견인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국가 산업 디지털화를 목표로 디지털 인프라 및 제도 구축, 관련 법률 개정 등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산유국인 걸프 국가들의 탈석유화 정책과 국가산업 다각화 정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사우디 비전2030, 카타르 국가비전2030, 아부다비 경제비전2030, 오만 비전2040 등 개혁프로젝트의 핵심 부문이 미디어산업 육성이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개혁정책에도 정치권력에 의한 미디어 통제와 검열은 여전히 존재하며 미디어가 권력유지와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약 50%가 넘는 중동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디어를 통한 참여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 권력구조의 정치적 변화까지 추동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중동지역에서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목격하며 이러한 현상이 한국드라마의 문화적 파급력을 넘어 중동의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문화를 통한 사회적 변화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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