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경험이 없어 성남시 대장동 사업을 벤치마킹했을 뿐입니다. 공모사업은 공사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사업은 예정대로 그대로 진행할 것입니다.”
안양 박달스마트밸리(서안양 친환경 융합) 조성사업과 관련한 첫 보도(경기일보 9월3일자 1면) 과정에서 나온 안양도시공사 임원의 공식적인 답변이다. 강경했다. 단호했다. 절대 물러설 뜻이 없어 보였다.
박달스마트밸리.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사업에 포함된 총사업비만 1조8천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탄약대대 일원 328만㎡ 가운데 114만㎡에 탄약고를 지하화하고, 나머지 214만㎡에 4차 산업 중심의 첨단산업과 문화ㆍ주거가 어우러진 스마트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기일보는 이 사업과 관련한 공모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지적했다. 공모지침서에 재무적 출자자의 사업수행 조건을 제한적으로 설정하면서, 29곳의 은행과 증권사 중 하나은행 등 4곳만이 조건을 갖췄다는 점이다. 공모지침평가배정기준 항목 중에 ‘7천억 이상 금융주간 및 1천500억 이상 대출이라는 실적을 기준으로 30점의 배점을 가진다’라는 문장에 근거해서다.
지난달 16일 안양도시공사가 돌연 사업자 공모를 취소했다. 공사는 재무적 출자에 대한 금융기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것에 따른 조치로, 이번 재공모를 통해 금융사 등의 진입장벽을 해소하고, 우수한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공교롭게도 성남시 대장동 사업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기우인지는 모르겠으나 박달스마트밸리 사업자 공모과정과 대장동 사업은 유사한 편린으로 가득하다. 2015년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에 ‘7천억 이상 금융주간 및 1천500억 이상 대출이라는 실적을 기준으로 30점의 배점을 가진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박달스마트밸리 사업 공모지침과 문구 하나 틀리지 않은 것을 보면 대장동 사업을 벤치마킹했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당시 이 조건을 충족한 금융기관은 하나은행과 산업은행 등에 국한됐었다. 실제 하나은행 컨소시엄으로 대장동 사업이 진행됐다.
박달스마트밸리 사업에도 하나은행은 참여의사를 밝혔다. 당시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포함됐던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장동 사업에 참여해 1천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은 천화동인 4호까지 법인명만 바꾼 채 참여했다. 이에 각종 풍문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첫 공모 당시 쟁쟁한 AAA급 은행들을 제치고 한 증권사가 공모조건을 갖추자 술렁였다. 모 지역과 관련이 있는 증권사인 만큼, 같은 지역의 건설사 얘기도 더해졌다. 이와 함께 대형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엄청나다는 특정인물과 지역 정치인들의 이름까지 양념으로 더해졌다. 안양도시공사 주요 임원들도 누구 사람이라느니 등등의 얘기까지 돌고 있다. 그만큼 큰 사업이라는 얘기일 거다.
공모를 취소한 지 20일 만인 지난 5일 안양도시공사는 사업자 재공모를 발표했고, 14일까지 사업참여의향서를 신청받았다. 공모 취소 후 재공모라는 예방 주사를 통해 앞으로 진행될 사업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명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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