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정치의 언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느라 정당들이 분주하다. 이미 후보를 확정한 곳도 있고 아직 경선을 치르고 있는 데도 있다. 오래전 선거에서는 주로 돈과 연루된 것이 탈이었는데 최근에는 정치인들의 말이 말썽이다. 그래도 화근이 비물질적인 것으로 옮겨갔으니 우리 정치는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문제가 되는 말은 어처구니없는 말실수부터 근거 없는 언어폭력에 이르기까지 넓고 다양하다. 서로 저마다 과거를 들추기도 하고 묻어버리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칭찬보다 비난이 부지기수다.

정치의 언어는 공동 또는 공공의 사업을 제안하고 토의하며 결정하는 또 결정된 것을 실천하는 언어이어야 한다. 그것은 또한 최선의 지도자를 점찍는 말이어야 한다. 그것은 대부분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감지될 수 있도록 재현(representation)되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작금 정치인들의 언어는 파당의 언어로 끝 모르는 대결과 분리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어디 정치인들만 그러한가! 여기저기 추종자들은 그런 정치인들의 언어를 복제하고 늘린다. 일반 시민들도 같은 편이 돼주길 강요받는다.

본디 정치의 언어는 쉽사리 합의에 이르는 언어는 아니다. 현대 정당국가에서 말로 합의에 이르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설사 누군가 지도자감이 빼어나고 진중한 레토릭과 왠지 사람들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공동의 큰 사업을 제안하더라도 만인을 설득하고 확신시키기에는 애당초 어렵기만 하다. 불가피하게 정파의 언어로 말해지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그리고 이것이 모두의 대업으로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선거전에서 승리를 거둬야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이고 숙의를 건너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는 때로,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들이 선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천사의 사업만은 아니다. 협의나 협상도, 담판이나 거래라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어떠한 형태든 권력이 끼어야 돌아가는 일이다. 이것들 또한 정치적 행위의 일종이고 정치의 언어는 이것들과 동떨어져서 말해지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언어는 마냥 정갈하지만은 않다. 계속해서 통합을 만들어 내는 정치의 테크네(techne)는 갈등을 전제하거늘 정치인의 언어가 아름답기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는 결코 탈도덕화돼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도덕의 잣대로만 판단되는 성질은 또 아니다. 정치를 도덕을 기준으로 재단하는 일은 어쩌면 매우 손쉬운 일이고 무책임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를 사뭇 지치게 하고 냉소주의로 숨게 만들고 끝내 정치를 이기지 못하게 만든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언어를 정결하게 하고 처음에 부분의 언어로 시작한 것이 마침내 전체의 언어가 되도록 바꾸는 여신은 선거 그 자체이다. 정치인의 언어를 정치의 언어로 바로 세우는 일은 결국 유권자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ㆍ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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