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국군의 날 ‘늙은 군인의 노래’ 유감

지난 10월1일은 제73주년 국군의 날이었다. 사상 최초로 경북 포항에서 해병대 주관으로 해군 함대와 해병대 수륙양용전차의 합동 작전을 펼치며 국군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예전에는 서울 여의도 비행장에서 광화문까지 최신 무기와 함께 행진하는 국군의 모습에서 나라를 지키는 확고한 결의를 보았다. 과거의 병영(兵營)생활은 힘들고 고달팠다. 암기사항도 많았다. 직속상관 관등성명부터 고참들 서열에 따른 계급과 이름 그리고 군인의 길과 국민교육헌장 등 외우다 한자라도 틀리면 고참들에게 군기가 빠졌다고 먼지가 나도록 맞았다. 오직 복창(復唱)뿐이었다. 발톱이 빠졌던 행군, 악에 받친 유격훈련, 무자비한 구타로 새겨진 상처는 훈장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군대 얘기만 나오면 고통스럽던 기억도 재미있고 낭만적인 무용담으로 각색된다.

젊은날의 군(軍)생활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심어주었으며 밤낮으로 부르는 군가(軍歌)는 전우애를 더욱 돈독히 해주었다. 5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몇몇 군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다. 동이 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 후 눈 내리는 전선을 간다. 행군하면서 불렀던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뜬금없이 군가 얘기를 떠올리는 것은 지난 국군의 날 행사때 피날레를 장식한 군가는, 군가가 아닌 대중가요 ‘늙은 군인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오랜세월 시위 현장에서 늙은 투사의 노래로 탈바꿈에 단골로 불렀다. 1974년 육군12사단 51연대 1대대 중화기 중대 복무중이었던 김민기가 전역을 앞둔 부사관 상사의 부탁을 받고 만들어준 노래다. 대가는 부대원들과 나눠 마실 막걸리 두 말이었다.

‘늙은 군인의 노래’ 가사를 간추려 보면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 무엇을 하였느냐<2044> 나 죽어 흙속에 묻히면 그만이지<2044> 아 다시 못 올 내 청춘 푸른 모자 푸른 옷에 실려간 내 청춘<2044> 자랑스런 군인의 아들 딸들아 우리 손주 손목잡고 금강산 구경 일세’

또 다른 대중가요 ‘전우야 잘자라’에서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2044> 우리는 전진한다’이다. 공식 행사에서 금지곡으로 부르지 않았던 이유와 같은 ‘늙은 군인의 노래’는 슬픈 곡조로 군기를 빼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적절치 못한데, 무슨 연유인지 이 노래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군 관련 행사때 마다 불리고 있다. 차라리 행사를 주관한 해병대 군가를 불러야 했다. 공식 행사에 공식 노래인 군가를 당당하고 우렁차게 불러야 한다. 필자는 월남 참전 용사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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