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한창이다. 기후 변화로 봄·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 속에서 얼마 되지 않는 전형적인 천고마비의 가을 날씨를 만끽하기가 예전 같지 않다. 더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단풍 명소 여행마저 자유롭지 않기에 올가을은 이대로 보내야 하나라는 아쉬움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럴 때 근교 도보길에서 혼자만의 걷기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옛길’은 가을의 풍광뿐만이 아니라 길에서 역사를 음미할 수 있도록 조성한 특별한 도보 코스다.
서울에서 경기도를 거쳐 전국으로 뻗어나갔던 조선 후기 6대로를 기반으로 조성한 경기옛길은 현재 삼남길, 영남길, 의주길, 평해길 등 4개 길을 도 권역 내에 개통했으며, 강화길과 경흥길을 조성 중이다.
경기옛길에서는 많은 역사와 인물을 만날 수 있는데 오늘은 근현대 경기도의 면면을 보여주는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농촌진흥청과 우장춘 박사
수원시 서둔동의 농촌진흥청(2014년 전주로 이전)은 정조의 화성 축성과 축만제, 서둔의 맥을 이어받아 농작물 시험·연구개발 및 보급과 연구지원, 농업인의 양성 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근처 여기 산에는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우리나라에 현대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많은 우량종자를 개발한 농학박사 우장춘의 묘소가 있다.(삼남길 4길)
△달래내 고개와 경부고속도로
달래내 고개는 성남시 금토동에 있는 청계산 자락의 고개다. 이 고개를 경부고속도로가 관통한다. 근대화의 초석이자 상징으로 평가받는 경부고속도로지만 단 2년여의 공사기간과 기술의 부족, 안전장치 미비로 많은 이들이 공사 중에 목숨을 잃었다. 달래내 고개에서도 공사에 참여했던 한 공병이 사망했다. 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추모비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영남길 1길)
△몽양 여운형 기념관과 생가
양평 양서면 신원역 뒤쪽 마을 어귀에 생가와 기념관이 함께 있다. 친필자료와 생전에 사용했던 가구, 암살 피격 당시 입고 있었던 혈의 등도 전시돼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주의자로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으며, 한국현대사에서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는 선생의 삶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평해길 4길)
이지훈 경기학센터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