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화 ‘듄’과 현재의 중동

최근 개봉한 영화 <듄(Dune)>은 10191년 미래의 대서사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의 중동과도 무척 닮아있다. 특히 미래에 가장 필요하고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사막 지대인 아라키스 행성이 나오는데, 이는 현재 가장 중요한 자원인 석유를 보유하고 있는 사막 지대 중동을 떠오르게 만든다.

▶문화융합

영화 속에서는 사막지대 아라키스 행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성 부족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문화 융합의 상징과도 같다. 특히, 동양적 인테리어와 스코틀랜드의 파이프 연주 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우선 주인공인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은 아트레이데스인 아버지 레토 공작과 베네 게세리트라는 여성 집단의 일원이었던 제시카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출생 자체가 문화융합이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극복하고 살아가는 아라키스 행성 프레맨들의 도움을 받아 전열을 가다듬기도 한다. 이들 프레맨들과의 대화에서는 문득 중동 수출 때 겪었던 일화가 오버랩 된다. 실제로 중동에선 ‘기계들이 자주 먹통이 되고, 사람들도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잘 작동됐던 첨단 장비가 중동 현지로 가져가 시험 운영을 할 때면 자주 오작동이 됐던 곳이 바로 그 사막이었다.

▶스파이스=석유

현대의 석유 자원 역시 언젠가는 고갈되는 한정적 천연자원이기 때문에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불가피하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만의 생존 키트와 중요한 발명품을 개발하고 작은 생명체들과 공생하는 법을 체득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의 중동에서는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체 에너지에 대한 개발에 무척 관심이 많다. 아랍에미레이트 탄소 제로 시티인 마스다르에는 천연 에어컨 기능을 하는 건축 공법을 도입해 건물을 짓기도 하고, 시내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주차 티켓을 재생 에너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속에 그려지는 사막복이나 생존 키트 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점 척박한 환경이 되는 지구 곳곳을 위해 이런 제품들이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화 속 미래 세계에서도 종교 전쟁으로 인한 모든 세계의 공멸을 예감한 주인공은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되는데, 마치 이 모습은 흡사 현재까지 분쟁 중인 여러 지역의 종교 분쟁을 떠오르게 한다.

‘문화융합’이라는 것은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또 이를 통한 인류의 공존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가는 것임을, 그리고 8170년 이후의 미래 역시 그 고민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지금 현재 이 시각 중동 미래의 상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2020 두바이 엑스포’다. 특히, 엑스포를 관통하는 주제인 기회, 이동과 지속 가능성은 영화의 서사와도 잘 맞물린다.

김유림 중국스포츠산업연합회 한국지부장 카타르 민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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