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메타버스는 버스가 아니다

지난주 미국을 뒤흔든 키워드는 단연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를 결합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정의한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이뤄지고, Z세대들에겐 로블록스 게임이나 제페토 아바타 등으로 익숙해 ‘메타버스’를 굳이 정의할 필요도 없는 개념이지만 최근 페이스북 덕분에 글로벌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전 세계 1억8천만 인구가 친근하게 길들어온 ‘페이스북’ 이 지난달 28일 회사명을 ‘메타’로 전격 교체하고 향후 메타버스 구현에 총력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파급력은 대단해서, 내부 고발에 의한 경영 부조리와 인스타그램의 위해성 논란으로 8% 이상 하락했던 주가는 단번에 절반 이상을 회복하고 페이스북은 ‘얼굴책’ 을 뛰어넘어 메타버스 시대의 특급 주자로 부상했다.

회사 이미지 세탁을 위한 뻔한 노림수였기에 주목만큼 비판도 거셌다. 이름만 바꾸고 아무것도 안바꿨다는 지적부터, ‘새 로고가 고무줄인 것은 도덕성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기 때문’ 이라는 트윗, 유대계 미국인인 저커버그가 히브리어로 ‘죽음’을 뜻하는 ‘메타’를 이름으로 쓴 것에 유대인 공동체는 조롱을 보낸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전적이 썩 아름답지 못한 탓이다.

메타버스 세상은 실체가 움직일 필요없이 홀로그램으로 순간 이동해 현실과 접목된 활동을 가능케 하는 혁명적인 신세계다. 가상의 공간에서 함께 업무를 보고 아바타를 활용해 맞춤 쇼핑을 하거나 귀성 전쟁 없는 명절 모임도, 기일에 함께 추모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스마트폰 속 세상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이 같은 신세계를 구축하고 소유하고 운영할 주체는 이른바 ‘탈 중앙화’를 기반으로 공공성과 윤리적 책임이 필수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특별히 개인정보 보호와 사회적 안전 관리에 대해 신뢰받지 못해왔다. 최근 전직 데이터 관리자의 폭로에서 드러났듯이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안전하게 바꾸면 회사가 돈을 덜 벌게 된다는 이유로 가짜뉴스를 방조하고 인스타그램의 추천 게시물이 틴에이저들에게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다” 라고 잘라 말했을 만큼 ‘제왕적 경영’ 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 같은 유전자의 기업이 메타버스의 생태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이 된다면 칸막이 속에서 기표를 하지만 위에서 다 내려다보는 공개투표가 되는 것은 아닐까.

메타버스는 버스가 아니다. 차라리 버스라면 오르고 내릴 ‘자율권’ 이 보장될 지도 모른다. 대중들은 테크기업이 ‘경제활동’을 위해 제공하는 첨단 플랫폼에 ‘사용자’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학습하며 스며들 듯 종속된다. 사생활 공개, 개인정보 노출을 통해 그 ‘경제활동’ 을 떠받친다. 사회 문화 현상으로 확산되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기에 심리적으로 통제 불가한 열망과 좌절, 갈등의 부작용은 필연이다. 꿈꾸던 미래 세상에 환호하는 만큼 경계와 비판의 눈초리를 세우는 것만이 사용자들이 지닌 마지막 권리다.

최주미 디지털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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