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점점 늙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없어요. 직원 50여 명이 근무하는데 절반이 50대 이상입니다. 20~30대 직원이요? 사무직 빼면 5명 정도밖에 안 돼요. MZ세대 관리하기 어렵다고 해도 일단 지원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깊은 한숨을 쉬며 걱정하시던 어느 기업 대표님의 말씀이다. 중소기업 대부분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수혈하여 회사에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으려고 하지만 20~30대 청년들의 입사지원서조차 받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렵게 젊은 인력을 채용한다 해도 조기 퇴사하는 인력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입사 1년 이내 조기 퇴사율은 42.2%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산업현장의 고령화와 청년 공동화(空洞化) 현상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임은 물론 국가성장의 발판인 뿌리산업의 위기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의 핵심 정책인 고교단계 일학습병행(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제도이다. 특성화 고등학생들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면서 학교에서는 이론교육과 기초실습을 진행하고, 기업에서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심화 기술을 익히도록 한 후 졸업과 동시에 우수기업에 취업할 수 있게 한다.
회사는 젊고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여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훈련을 통해 양성한 후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고, 학생들은 우수한 기업에 취업하고 학위 취득과 병역특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기업 담당자들과 특성화 고등학생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 고교단계 일학습병행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체계적 도제준비과정(잡마켓)이 필요하다. 도제준비과정이란 기업들과 학생이 제도 도입에 앞서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 견학과 직무체험, 면접 등을 거쳐 기업은 적합한 인재를, 학생은 원하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기업은 채용하고자 하는 학생에 대한 정보를 각각 파악함으로써 구인·구직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미스매칭을 해소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8월까지 62개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도제준비과정을 운영해 1천403명의 학생이 젊은 인재 채용을 원하는 730개 기업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부터 경기도 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설치기관 경기경영자총협회)는 경기지역 우수 특성화 고등학교인 두원공업고등학교 학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원활한 도제준비를 위한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해 왔다. 현장체험 및 졸업생 특강, 기업 임원 특강 등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도록 돕고, 경기지역 기업들이 젊고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여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고교단계 일학습병행 제도와 원활한 도제준비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경기도 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충분한 안내와 참여 신청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만큼, 경기지역 기업들이 산업현장의 고령화와 청년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이다.
오기섭 경기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ㆍ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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