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함’이 먼저 떠오르는 MZ세대에게 최근 ‘명품 플렉스’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수입차를 가장 많이 구매한 연령대가 30대라고 한다. 명품매장에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연령대 역시 2030세대라고 한다.
명품은 분명 이름값을 한다. 품질이나 구성 면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탁월함이 있다. 다만 좋은 명품을 소비하며 자신을 꾸미는 일에 신경 쓰는 노력에 동의가 되면서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계기가 그저 명품 소유에서 가능하다는 흐름은 다소 의문이 들게 한다.
부끄러움은 무엇일까?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논어’는 말한다.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서도, 거친 옷과 맛없는 음식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아직 함께 도를 의논할 수 없다.”
남루한 옷을 걸치고 초라한 음식을 먹고 있으면 누구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적 빈곤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부끄럽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것 같다. ‘악의악식(惡衣惡食)’은 몸을 장식하고 살찌우는 외물을 상징한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돼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또한 다른 것을 절약하더라도 자기 노력으로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 과감히 소비해 당당하게 꾸미는 것은 자신에 대한 투자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부끄러움(恥)’은 나를 당당하게 만드는 것이 그저 남의 평가와 인정에 의해 결정되거나 명품 같은 물질적인 과시를 통해 충족될 수 있다고 여기는 현상을 지칭한 것이다. 부끄러움의 의미를 담은 ‘恥’자는 마음(心)에서 수치심을 느끼면 귀(耳)가 붉어지는 모습을 형상하고 있다. 수줍으면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우면 귀가 빨개진다.
양심은 스스로의 잘잘못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맑고 밝은 마음이다. 양심에 거스르는 행위를 하면 저절로 마음이 찔리고 얼굴도 화끈거린다. 부끄러움은 양심 없는 것에 있지, 허름한 옷과 거친 음식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자는 지혜를 갖춘 선비를 갈망하는 자라면 외물이 아닌 선한 마음에서 드러난 ‘도(道)’에 뜻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순간 내면의 선한 마음에서 길을 찾겠다고 노력하는 선비가 외물의 조건이 남보다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겉으로만 도에 뜻을 두고 있거나, 실천의지가 부족한 경우이다. 지혜로운 자는 내면의 마음을 중시하고 외면의 물욕을 경계한다. 도에 뜻을 두었다고 말하면서도 외부 사물에 쉽게 이끌려 변하니 안타깝다.
부끄러움은 내 마음의 생명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반가운 증표이다. 부끄러움이 없다면 자율적인 힘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절망이다. 부끄러움에 아파하며 부끄럽지 않기 위해 주어진 길을 바르게 걸어가야겠다는 실천의지는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지혜로운 인간의 최고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고재석 성균관대 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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