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라는 말에는 항상 믿음이라는 의미가 함께한다. 적의 침략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 소중한 장병이 임무를 수행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군대에 바라는 국민의 한결같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각종 사건, 사고로 군의 명예가 실추되고, 믿음이 가지 않는 군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군대의 핵심 요소는 사람 즉 장병이다. 강한 군대는 올바른 가치관과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군인들의 군대문화에서 시작된다. 지금 우리 군대의 주 구성원은 MZ세대이다. 그러나 우리 군대는 아직도 의식과 제도가 소위 꼰대 세대 중심의 과거 문화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MZ세대에 걸 맞는 가치 중심의 새로운 군대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군대문화를 위한 첫 번째는 명예라는 가치를 우선하는 조직문화이다. 강한 군대를 대표하는 미국의 군대문화 중심에는 조직의 핵심가치(Coar Values)가 있고, 최우선 가치를 명예로 설정하였다. 명예는 ‘보는 사람이 없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올바로 수행하는 것(Do the right thing even if no one is watching)’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핵심가치 명예는 미군 장병에게는 전 계급과 세대가 공유하는 자존심이고 자부심이다. 명예는 남이 부여하기 전에 내가 스스로에게 먼저 부여하는 가치라는 것이다. 군인으로서 올바른 행동과 책임에 대한 의미를 행동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명예라는 가치 중심의 군대문화가 존재하기에 국민은 군을 신뢰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명예로운 군인에 대한 합당한 예우이다. 미국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은 명예훈장(Medal of Honor)이다. 지금까지 3천500여명이 이 최고 훈장을 받았다. 훈장을 받은 군인들의 99%는 하위 계급자인 부사관, 병이다. 명예라는 핵심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최전선의 전투 현장에서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임무를 수행한 장병이 가장 명예로운 군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명예로운 군인에 대해서는 연금 등 각종 혜택을 최고로 예우한다. 우리의 천안함 사례와 비교가 된다. 파도 치는 어둠 속 서해 NLL에서 명예롭게 임무를 수행했던 천안함 장병에게 과연 우리는 합당한 대우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 군대의 주류는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이다. 이제는 가치 중심적 군대, 군인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명예라는 핵심가치가 우리 군대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명예로운 군인들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갖출 때 진정으로 국민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명예로운 강한 군대로 거듭날 것이다.
김진형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 해군 예)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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