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경기도의 관문에 새겨졌던 주홍글씨를 지워낸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경기일보 12일자 4면)가 ‘시민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23일 오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있던 자리에선 더 이상 성매매 업소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시재생을 거치면서 거리는 홍등 대신 신나는 노랫소리로 가득 채워졌고, 집결지 중앙부엔 대형 셀프 사진관이 들어서며 형형색색의 조명을 뽐냈다.
한쪽에선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리모델링을 모두 마친 건물들엔 카페, 호프 등 매장들이 젊은 세대의 감성을 노린 모습으로 한껏 치장을 마친 상태였다. 지난달엔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 해제됐고, 집결지 정비의 출발을 알렸던 1차 소방도로 개설사업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5월31일 60년 묵은 수원시의 숙원이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완전한 폐쇄를 맞이하면서 수원역 일대에 걸친 도시재생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시는 최근 집결지 터에서 플리마켓을 연 데 이어 도시재생의 거점이 될 매산동 현장지원센터 사무실도 이달 초 입주를 완료했다.
센터 측은 다가오는 연말 공사들이 마무리되고 나면 내년부터 상인회를 꾸려 컨설팅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탈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상생 상점’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이날 성과보고회를 열고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정비계획 발표부터 폐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강력한 성매매 단속에 나섰던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한광규 경기남부청 생활질서계장 등 10명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시가 처음으로 집결지 정비계획을 세운 건 지난 2014년 4월이다. 이후 2017년 9월 정비구역 지정 용역에 착수한 뒤 2019년 1월에는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을 신설, 소방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했다. 올해 들어서는 경찰의 단속이 느슨하다는 경기일보 보도 이후 경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끝내 폐쇄를 이뤄냈다.
우여곡절 끝에 성매매의 흔적을 지워내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 이곳 거리가 유흥가가 아닌 모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거리로 조성되기 위해 시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 과제가 남아 있다.
염태영 시장은 “60년 넘는 세월 동안 매산로1가의 작은 골목은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이었다”며 “한없이 견고해 보이던 그 벽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건 함께하는 힘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제 어둡고 부끄러웠던 그곳을 ‘시민의 거리’로 일궈가야 할 때”라며 “시민의 일상과 문화가 살아있는 품격 있는 공간, 누구나 찾고 싶은 수원의 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휘모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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