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동 팬데믹과 전염병의 역사

코로나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우려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조치가 한 달 만에 중단됐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4주간 사적모임 인원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수도권은 6명, 비수도권은 8명까지로 제한했고 방역패스는 식당, 카페로 확대 도입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미크론 국내 첫 확진자인 40대 부부와 자녀의 신상정보까지 온라인 상에 노출되면서 이들에 대한 비난의 의견과 과도한 마녀사냥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온라인 상에서 충돌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등장은 물리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GDP와 같은 경제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될 뿐 아니라 재택근무와 비대면회의 및 온라인강의 등 근무환경과 교육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10년은 거쳐 진행되어야 할 변화가 불과 1~2년 사이에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중동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1월 UAE에서 첫 확인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인근 중동국가로 확산됐다. 이슬람국가의 일상종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금요예배가 일시 중단됐고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에 해당하는 금식 달인 라마단 달에 ‘재택기도’의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2020년 10월 두바이에서 개최되기로 했던 EXPO 2020 DUBAI의 개최가 1년 연기됐고,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매년 전 세계 무슬림의 약 250만명이 성지순례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집결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사우디라아비아 정부는 성지순례자 수를 2020년 1천명, 2021년 6만명으로 제한해야 했다. 일부 중동 국가는 백신패스제를 도입해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하는 등 중동 각국의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중동지역 전염병의 역사는 비잔틴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이 충돌했던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따르면 541년 비잔틴 제국 영토에서 유행했던 유스티니아누스 전염병이 지중해 일대를 초토화한 후 중동지역에 전파되어 페르시아,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에서 창궐했다. 인구 역사학자 러셀(J. C. Russel)에 의하면 이러한 상황은 비잔틴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의 멸망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슬람 세계가 홍기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후 638년~639년 무렵 시리아에서 발생한 암와스 전염병은 당시 이슬람 우마이야 왕조의 몰락과 다음 왕조인 아바스왕조의 등장 과정에서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염병이 이슬람 세계의 큰 흐름을 바꿔 놓은 것이다.

작년 4월 라마단을 기점으로 8월까지의 확산기를 시작으로 올해 5월에서 7월까지 유행기를 거쳐 현재 중동지역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느 정도 회복기를 맞은 것으로 통계상의 수치는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종교적 이유로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일부 중동 국가들의 대중들에게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은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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