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벽에 매달린 해바라기 샤워기가
구멍 촘촘 물방울 머금고 있다
햇빛과 바람만이 끼니의 전부이던 때
온통 그을려야 생이 여문다 믿었던 적 있다
품었던 씨앗들을 모두 탈골해 버리고
꺾어진 목으로 바닥을 향한 해바라기
반 평짜리 부스에서 고개 떨군 채
욕실 벽 파고든 제 밑동을 쳐다본다
벽 속 숨겨진 저 물관 따라가면
눈물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을까
땡볕 속 그늘나무 곁을 에돌던
그 사람은 어디에 도착해 있을까
빈집에 남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불혹을 넘어서도 가진 것은 눈물뿐
몸속의 누수를 감추고 또 감춰야 했던
쭉정이의 시간이 거울에 남는다
햇볕과 바람만이 끼니의 전부이던 시절에는
결코 울지 않겠다고 버티던 그녀의 눈물샘에
그렁그렁 물방울이 맺혀 있다
정윤서
1973년 여주 출생
방송통신대 법학과
졸업
2020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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