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16일 오후 3시20분께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산성재개발구역. 이곳에서 만난 세입자 A씨는 연신 가슴만 쓸어내렸다. 그는 앞서 지난 1일 오전 10시께 조합원들이 찾아와 강제로 퇴거됐다. A씨는 간신히 옷 몇벌만 챙겨 나와야만 했다. 퇴거조치 후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집을 구하지 못해 이웃 주민 집과 대책위 사무실 등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대우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 등이 시공권을 확보한 민영 재개발사업인 산성재개발사업은 산성동 1336번지 일원 15만2천797㎡에 지하 5층~지상 29층 규모의 공동주택 3천372가구를 오는 2024년까지 공급한다. 이들의 이주기간은 지난달 26일 종료됐다. 주민 98%가 옮겼지만 아직 100여명이 남았다. 이들에 대한 강제퇴거조치는 이달들어 시작됐다.
다른 주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10년간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B씨는 다른 곳의 상가를 물색했지만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 등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다. B씨도 지난 14일까지 이주하지 않으면 강제퇴거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받았다. 그는 “겨울에 나가라는 건 얼어 죽으라는 게 아니냐”라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앞서 지난 13일 은수미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공무원들의 제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부서 공무원은 “민영개발이고 법적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어 시가 나서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사업은 강제수용방식으로 주민들의 선택권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개발구역 주민들의 생계와 안전보장 등을 위해 겨울 강제퇴거ㆍ철거 금지논의가 지자체별로 이뤄지고 있다. 대구도 지난 2월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12~2월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현재 관련 조례를 시행 중인 지자체는 대구를 포함해, 서울, 부산, 광주광역시 등 4곳이다.
인권위도 지난 8월 법무부에 겨울 또는 악천후 등에 강제퇴거ㆍ철거 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겨울철 강제퇴거ㆍ철거 금지 내용을 현재 검토 중으로 조례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진명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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