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기체고 문제, 경기도교육청이 나서라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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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개척할 창의적인 체육인 육성’을 교육 목표로 지난 1995년 개교한 도립 체육 특성화 고교인 경기체고가 최근 끊임없는 잡음이 일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체육영재 육성의 기치 아래 수많은 우수선수를 배출해온 경기체고는 3년 연속 미달사태가 이어지면서 정원을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잇따른 성추문과 폭행 파문, 특기교사 채용과정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 폭행 여부를 둘러싼 지도자와 학부모간 고소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와 지도자들은 학교측의 안일한 교육행정에 불만을 토로한다. 개교 이후 최악이라는 얘기가 학교 안팎과 도내 체육계에서 흘러나온다.

설상가상으로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 시행에 훈련 중단이 잦아지면서 경기력 저하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측은 교육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학부모와 지도자들은 융통성 없는 학교의 안일한 대응을 원망한다. 경기력으로 진학과 취업 등 진로를 결정하는 학생 선수들의 입장에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일부 학생들은 타 체육고에 비해 훈련 제약이 잦아지면서 전학을 고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감독 교사와 코치를 포함한 지도자들 역시 제자들이 제대로 훈련할 수 없는 여건에 대해 하소연 하고 있다. 훈련량 부족에 따른 성적 부진은 10월 전국체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경기체고는 124명의 선수가 출전해 목표했던 23개 금메달에 크게 못미친 15개 획득에 그쳤다. 육상 계주의 금메달을 빼면 순수 금메달은 고작 13개다. 최근 5년 가운데 최악의 성적이다.

경기체고에는 연간 약 38억원의 도 예산이 지원된다. 학교측 입장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 있으나 상당수 일반 중ㆍ고교들이 운동부를 운영하면서 예산을 쪼개 지원하고 학부모들의 부담이 여전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않은 예산이다. 중학 선수들에게 경기체고는 숙식을 제공받으며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이점에 선망의 대상이 돼 왔다. 자연적으로 많은 우수선수들이 지원했다. 그 결과 시드니올림픽 양궁 2관왕 윤미진을 비롯, 대한민국 체조 사상 최초의 여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여서정, 근대5종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의 김선우 등 수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를 배출해왔다. ‘체육 사관학교’ ‘경기체육의 요람’ 등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경기체육 발전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성년이된 경기체고가 내부 문제로 명성이 퇴색해 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본보가 최근 경기체고에 대해 연속 보도를 한 이후 학교 안팎에서 많은 제보가 잇따랐다. 대부분 직ㆍ간접으로 관련된 사람들의 제보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내용이 상당수다. 상당히 구체적인 사례도 있지만 확인이 쉽지 않다. 이들은 경기체고의 미래와 체육고의 특전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걱정했다. 일부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 당국을 원망했다. 더 이상의 방관은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는 경기도교육청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학생과 지도자,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무엇이 문제인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설립 취지에 걸맞는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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