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교육은 생애 발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블룸은 지능이 1세에 약 20%, 4세에 약 50%, 8세까지 약 80%까지 발달한다고 했고, 제프리 영은 성인기의 정서적인 도식이 자신과 세계에 대한 뿌리 깊은 믿음으로써 어린 시절에 학습된 것이며 성인기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바넷은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가 노동의 질과 양, 사회복지 비용 감소, 정보와 지식의 생산성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이러한 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으로 인해 여러 국가가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여 무상교육 정책을 취하거나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무교육을 시행하거나 도입을 위해 연구하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다. 예컨대 영국은 1996년 교육법을 통해 만 5세 의무교육을, 프랑스는 2019년 쥘 페리(Jules Ferry)법을 개정하여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을 시작했다.
의무교육과정을 도입한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의무교육과정 도입이 유아 단계에서 발생하는 교육격차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랑스는 여러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아동 취학률이 97%에 이르고 있으나 영토와 사회적 배경 사이에 이질적인 교육방법, 출석률, 교육시설 간의 편차가 있으며 초등학교 이전단계의 유아교육기관 출석률과 학생의 성적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무교육제도를 도입하고 정확한 어휘와 언어 구조에 대한 학습, 취학 전에 초등학교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학습하고 읽기, 쓰기, 셈하기, 다른 사람 존중하기 등을 학습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도 유아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2004년에 「유아교육법」을 제정하여 5세 무상교육의 기반을 마련하고, 2012년에 3~5세 누리과정을 도입해 무상교육을 취학 직전 3년으로 확대했다. 2016년 12월에는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을 제정하여 유아교육 재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노력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한 유아교육 정책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유아교육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하여 운영하고, 유아교육이 무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지원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액을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으며, 공립을 보내는지 사립을 보내는지에 따라 제공되는 교육서비스의 내용과 질이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이 학부모를 매우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유보통합, 의무교육, 질 관리 등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돼왔으며, 최근에는 유보통합과 의무교육 방안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유보통합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서울시교육청(조희연 교육감)이 만 4~5세 의무교육과정을 위한 유아학교 운영을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외 여러 나라의 유아교육 공공성 추진 사례와 견주어 볼 때 타당성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교육의 시작점인 유아기부터 질 높은 교육을 차별 없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여 모든 아이가 잠재력을 꽃피우며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출산에서부터 아이를 양육하는 전 과정에 걸쳐 가정과 개인에게 발생하는 막대한 부담을 국가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촘촘한 서비스 지원체계를 마련하여 아동과 보호자의 요구를 충족하며, 유아교육 기관 간의 격차를 최소화하여 유아교육의 질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유보통합과 유아 의무교육은 장기적 측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이러한 정책을 도입하려고 하는 경우 반발도 예상된다. 국?공립 유아 교육기관보다 사립이 절대적으로 많은 우리나라 현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이원화 정책 장기화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 유아교육 질 관리 방안에 대한 이견, 사립 기관의 회계 투명성 확보 등에서 이견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정책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견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영모 극동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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