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지반침하, 지하시설물 방수 대책 강화해야

도심지 상가 빌딩의 지하층 기둥 붕괴와 땅 꺼짐(지반침하), 평택 공사장 화재로 인한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 고압 전신주 유지보수 중 감전에 의한 사망 등 국민 생활에 안전불감증이 다시 드리우고 있다.

예부터 ‘기우(杞憂)’는 쓸데없는 걱정이라 생각하며 비웃음거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삶에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 기후 변화, 지진, 지하수 유출 및 오염, 지반침하 등 다양한 재해·재난이 발생하면서 기우가 현실적인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인간의 힘과 기술력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막아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예방 실패에 따른 반복적 발생으로 인해 ‘인재(人災)’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지역 도심지 한 지하철역 인근 상가 건물에서 지하층 기둥 붕괴와 땅 꺼짐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 사고는 공사장 주변이나 도로 등에서 주로 나타났던 사고와 달리 사람이 모여 함께 생활하고, 이동이 잦은 번화가의 한 건물과 그 주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더욱 큰 우려를 하게 했다. 아직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필자는 두 가지 견해를 갖고 있다.

하나는 이미 설치된 지하 시설에서 지속적인 지하수 배출과 유출로 인해 지반이 약화해 인근 건물 기초 지반의 토사 유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하수 침투로 인한 지하층 바닥 구조체의 철근 부식과 콘크리트 침식이 생겨 기둥 붕괴와 땅 꺼짐의 한 원인으로 예상된다.

도심지 지하수 유출은 ‘터파기(굴착)’ 작업에서 주로 발생한다. 주변 지하수가 공사장으로 몰려들어 양수기로 배출하는 1차 유출과 지하 구조체(바닥, 외벽, 천장 등) 균열이나 틈 사이로 흘러든 물(누수 현상)을 지하 바닥에 설치된 ‘집수정’에 모은 뒤 다시 양수기로 하천과 강 등으로 배출하는 2차 유출 과정에서 주로 원인이 생긴다.

건설업계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이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막대한 양의 지하수 유출은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을 일으키므로 반드시 예방하는 ‘기술적 대책(차수, 구조체 방수, 지하수 회복)’을 수행해야 한다.

‘지하수법’은 지반침하 방지 수단으로 한계가 있다. 지반침하 등 지하 공간 안전 관리를 위한 ‘지하 안전관리를 위한 특별법’ 역시 기술적 예방 수단으로 미흡하다.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또한 지하수 유출 방지에는 아무런 영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과 대형 공동주택이 급격히 생겨나면서 지하층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지만, 현재의 건축법과 주택법에서는 지하 공간 안전 확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번 달 말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지반침하, 시설물 붕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이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될 수 있어 사업주나 경영자 또는 관련 공무원이 책임을 지게 된다.

이는 중대 재해를 인재로 보고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인재 예방을 위해 새로 건설하는 고층 건물·공동주택·지하도로·공동구·터널·지하철도 등 특히 지하 구조물은 지하수 유출 방지 및 회복을 위한 설계 및 시공 기준, 품질 및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관련 법 제도 정비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에 대한 소홀함은 관재(官災)로 평가될 수 있다. 새해에도 정부의 국민 안전 확보 노력과 책임지는 정책 개선을 기대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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