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최근 메모를 통해 인플레이션이나 금리보다는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DNA 염기 서열화, 에너지 저장, 블록체인, 인공지능, 자동화 등의 기술 혁신은 생산성을 높이면서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측면이 있다고 서술했다.
하워드 막스의 최근 메모는 세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신경제(New Economy)’는 인플레이션과 큰 관계없이 꾸준히 성장해 왔다. 미국 신경제의 투자 감소는 인플레이션 때문이 아니라 IT 버블 붕괴, 리먼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 때문에 나타났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의미 없는 논쟁일 수 있다.
둘째, 기술 혁신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안정을 유도하는데, 이를 주도하는 산업은 계속 바뀌어왔다. 어떤 산업이든 영원히 물가 안정을 만들지는 못한다. 10년간 물가 하락을 유발한 아마존이 지금은 제품 가격과 임금을 올리고 있다.
셋째, 혁신 산업은 일정 수준 이상 커진 후에 물가 안정을 만든다. 1920년대 혁신 제품은 ‘말’을 대체한 내연기관 자동차였다. 포드가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면서 미국 GDP 대비 모델T의 매출 비중은 1920년대에 0.5%를 넘어섰다.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1940년대부터 빠르게 늘어난 가전제품 매출은 1950년대 물가 안정 요인이 됐다. 미국의 온라인 물가지수는 2014년부터 빠르게 하락했는데, 아마존 매출이 미국 GDP 대비 0.5%를 넘어섰을 때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에너지 저장 기술 등이 향후 물가 안정을 끌어낼 텐데 아직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혁신 산업이 이끄는 물가 안정 효과는 빠르면 내년 이후의 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술 혁신에 의한 물가 안정은 수년 뒤에 나타날 일인 반면,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미국인의 근로소득(노동비용)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근로소득은 인플레이션(판매단가)에 6개월가량 선행한다.
미국 가계의 소득 증가와 제조업 공급 부족으로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고 있고, 연방준비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축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병목 현상에 기인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현재 미국 노동시장의 회복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의 관건은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있다. 2018년 6월에 기준금리를 2%까지 올린 후 미국 경기가 둔화했고,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2019년 여름에 1.75%까지 내린 후 경기가 반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1.75~2.00%가 침체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준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동성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싶어 한다. 반면, 금융시장은 이러한 연준의 정책 변화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모습이다. 금융시장은 연준의 정책 변화에 맞춰 눈높이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라고, 이후 안정되는 상황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1월은 놀라는 과정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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