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9부작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장안에 화제였다. 개봉하자마자 넷플릭스 TV쇼 부문 최장 기간 1위에 이어 전 세계 1억1천100만가구 이상 시청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잔혹하고 폭력적인 내용이 불편하면서도 생존 경쟁 앞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승선을 넘어야 한다는 게임의 룰이 현재의 삶과 닮아 있다는 공감 때문이지 않을까 추론해 본다.
옆 눈 가리고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쉼 없이 앞만 보며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은 과연 삶에서 필요한 것일까? 엄혹한 무한경쟁 말고 아름다운 경쟁은 없는 것일까? 동양고전 『중용』에서 공자는 과정이 공정한 경쟁을 칭송했다. ‘활쏘기는 군자다운 모습과 유사하다. 활을 쏘아 정곡을 맞추지 못하면 돌이켜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고대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냥으로 전투기술을 연마했고, 사냥을 대신해 짐승 가죽을 과녁으로 삼아 포획하는 활쏘기 연습을 했다. 평시에는 활쏘기가 덕행을 함양하거나 인재를 선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활쏘기는 마음이 편안하고 몸이 바르며, 활과 화살을 잡은 것이 모두 확고해야 적중할 수 있다. 자기가 바른 후에 활을 쏘고, 적중시키지 못하면 ‘반구저기(反求諸己)’라 하여 돌아봐 자신에게서 잘못의 원인을 찾는다. 패자는 승복하고 벌주를 마시며 승자를 원망하지 않는다. 승자 역시 술을 권하고 축하받되 과시하지 않는다. 자신을 이긴 자에 대해 원망하지 않는 것은 적중의 실현 여부가 자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쟁은 승패를 다투는 것이 기본이지만 활쏘기의 목적은 힘자랑을 하거나 남을 이기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고, 집중하며 활을 쏘아 자기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경쟁에서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찾지 않고 환경 탓, 남 탓만 하며, 이기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경쟁의 목적이 자기함양이 아닌 남을 이기는 데만 있는 것이다. 그런 경쟁은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하여 잔혹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발전을 가져오는 경쟁, 지고 나도 아쉽지 않은 경쟁은 경쟁의 과정에서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떳떳하도록 정해놓은 규칙 안에서 공정하게 해야 가능하다.
물론 경쟁의 과정과 결과가 좋은 것은 목적이 바르기 때문이다. 경쟁의 목적은 자기답게 살고 자기를 완성하는 데 둬야 한다. 남들이 규정하고 사회가 우선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영혼없이 메마른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죽는 순간에도 아쉽지 않은 가슴 뛰는 일에 매진해야 경쟁이 즐겁고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되지 않는다.
경쟁은 모름지기 방향도 올바르고 과정도 정직해, 경쟁으로 승패가 나뉘어도 참여한 사람 모두 격려받고 자아실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경쟁이어야 한다. 아름다운 경쟁은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가꾸면서, 나로 인해 주변에 감동을 선사하는 가슴 뛰고 멋진 일이다.
고재석 성균관대 유학대학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