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등에 적용됐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일주일 만에 해제한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 지침에 도내 곳곳에서 시민 혼란이 이어졌다.
17일 낮 12시께 의왕시 오전동 A 대형마트에선 ‘방역패스’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한 남성이 자신을 제지하는 안내요원과 실랑이를 벌인 것. 이 남성은 “방역패스가 해제된 것 아니냐”며 막무가내로 출입을 시도했고, 이 때문에 방문객 대기 줄이 길어지는 등 혼선이 빚어지자 마트 측은 결국 이 남성을 입장시켰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QR코드 인증 없이 유유히 입장을 시도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쉽게 포착됐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B 대형마트 1층 출입문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8일부터 방역패스가 적용되지만, 성급하게 날짜 확인 없이 ‘해제’ 단어에만 꽂힌 일부 시민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트를 방문했다가 접종증명서를 요구하며 출입을 제지하는 안내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박지현씨(46·가명)는 “어차피 내일부터 미접종자도 출입할 수 있는데 통제를 이렇게까지 해야되냐”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수원의 C 백화점에서는 이미 방역패스 프리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안내요원은 ‘QR코드 인증부탁드립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작 실제 접종 여부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확인 절차는 생략됐다.
안내에 따라 QR코드 인증을 한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손님들에게 같은 말만 반복하며 형식상 자리만 지키고 있는 요원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교하지 못한 정부의 결정이 국민의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방역패스 관련해 논란이 많았는데 정부가 일주일 만에 지침을 변경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혼란스러워하는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대본 관계자는 “이번 방역패스 조정은 항구적 조치가 아닌 방역·유행 상황에 따라 조정된 한시적 조치”라면서 “방역패스 관련 지침·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점포 ▲학원 ▲영화관·공연장 등 6종 시설의 방역패스를 18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방역패스 적용시설 115만개 중 11.7%인 13만5천개 시설의 방역패스가 해제된다.
이번 방역패스 대상 조정으로 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시설이라도 세부 종류에 따라 적용 대상이 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는 이날 조정안에서 학원은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으나 모든 학원의 방역패스가 해제되지 않았다. 관악기·연기·노래 학원 등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하거나 침방울 생성이 많은 곳은 계속 방역패스 적용을 받는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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