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심의제도에 관한 생각

지난해에 건축 허가 및 개발행위 허가와 함께 의제로 접수했던 건이 도시계획 심의 과정에서 ‘재검토’로 통지됐다.

지난 심의에서도 건축사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를 들어 재검토 의견을 받은 상태였다. 나름대로 보완해 접수했기에 내심 기대를 했지만, 결론은 참담했다.

검토 의견을 보면 법률적인 부분보다는 사용자로서 바라 본심의 위원들의 생각이 내용의 주를 이뤄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건축사로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기준을 가늠할 수 없기에 더 답답하다. 그렇다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제도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이나 규칙으로 규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제출된 도서 검토를 하게 되면 정해진 툴이 없어져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국토부에서는 심의 규정을 두고 정해진 분야에 대한 검토와 근간을 흔드는 심의는 자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축 관련 심의제도가 정당한가?”라고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의도는 정당할지라도 제도의 문제점은 존재한다”.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사업주가 사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사업주와 사용자가 공존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가 건축을 시작한 40년을 돌아보면 예전에는 예측할 수 있었지만 요즘처럼 심의와 행정절차의 다양성 덕분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토지 구매 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건축허가에서부터 착공시점까지 1년 이상 소요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심의제도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속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각종 심의위원회별로 인적 구성을 살펴보면 건축, 경관, 조경, 시공, 토목, 교통, 환경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50% 이상은 대학교수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도시계획심의위원 구성 시 실정을 잘 아는 지역 전문가를 배제해 위촉하고 있다.

하나의 건축물을 심의하는데 각 분야의 심의에서 각기 다른 심의위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수정하다 보면 전에 시행했던 심의와 다른 부분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사업주에게 시간적, 금전적 손해로 가게 된다.

세월이 흐르며 민원인들의 요구가 다변화되고 있다. 각종 법안, 규제들이 생겨 관련 공무원들도 늘어나고 이에 따른 심의가 생기는 부분은 이해되지만 중복된 심의가 되지 않도록 검토하고 노력해야 한다.

근본적인 목적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안의 범위에서 중복된 전문가들의 의견은 통합 심의를 함으로써 사업주들의 고충을 덜어 줄 수 있도록 심의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 앞으로는 법 위에 군림하는 심의제도는 지양돼야 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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