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열풍을 대변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정부 차원의 ESG 촉진 정책이다. 지난 12월 정부는 총 61개 진단 항목으로 구성된 일명 ‘K-ESG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발표했다.
우리 기업의 ESG 초기 진입 부담을 완화하고, 공시 활성화를 위해 범부처 합동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한다. ESG 경영에 관심은 많지만 어떻게 ESG 경영을 준비하고 평가에 대응해야 하는지 몰라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중소기업 및 조직은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나 시장의 혼란이 우려스럽기도 하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등 공공부문의 활동과 유관부처에서 향후에 내놓을 ESG 정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걱정스럽다.
ESG를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몇 가지 항목으로 규정해서 추진하다 보면 ESG 성과 창출 방법의 획일화를 유도하고, 실질적인 ESG 성과 창출보다는 좋은 점수(평가) 받기에 몰두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ESG 성과를 경제적 성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거나, 체크리스트 관리 차원의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조직 경영과 경제 전반을 바라보는 전략적이고 통합적 관점을 유지할 수 없다.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나 목적은 누가 뭐래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확보다. 조직 운영에 ESG를 고려하는 것 또한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다. 조직 운영, 특히 기업 경영은 상황 특수성(Situation-specific)이 매우 강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하고, 조직이 가진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해, 성과 창출을 극대화해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ESG 경영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여러 ESG 이슈 중에서 조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대한 우선순위과제(Priorities)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같다.
개별 조직은 모든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려야 한다. 전략이 없거나, 전략이 있더라도 백화점식 전략체계를 가지고 있는 조직은 ‘모두가 내 고객(Selling to Everyone)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특정한 조직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하면 사회적인 효과가 큰 것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기여하는 것이며, 이해관계자와 사회가 우리 조직에 바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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