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가족여성회관 정문을 들어서면 좌측 건물에 2018년 3월에 영면하신 용담 안점순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기억의 방’이 위치해 있다. 지난해 9월에 개관해 운영 중이다.
故 안점순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여성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역사의 산증인이다. 할머니는 80년 전 겨우 14세를 넘긴 나이에 쌀자루처럼 저울에 무게가 재어진 후 이유없이 트럭에 실려 전쟁터로 끌려갔다. 전쟁터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다가 독립 후 구사일생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하지만 14세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상처이기에 고향을 떠나 수원에서 터를 잡았다. 할머니는 1992년부터 201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수원시민으로 살았다.
할머니는 외로운 침묵 속에 사시다가 1993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로 신고했다. 그리고 지난 2002년부터 일본군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며 여성인권 운동에 남은 생애를 바쳤다.
수원시는 성노예로 침해를 받았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여성인권 신장과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고 평화를 추구하고자 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할머니를 영원히 기억하고자 ‘기억의 방’을 개관한 것이다.
전시실에는 할머니 사진과 증언을 통한 생애 기록, 고통과 슬픔의 시작이었던 쌀의 무게를 재던 방앗간 쌀 저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서 남기신 말씀을 듣는 공간, 수원시민이 기증한 평화의 소녀상과 안점순 할머니의 초상화, 일본군 성노예로 피해를 당한 분들의 추모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故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은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이지만 할머니께서 그토록 갈망하셨던 평화를 위해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공간이다.
그러나 기억의 방이 올해부터는 전시안내자 없이 자유관람을 하게 돼 역사의식을 고취해야 될 관람객들에게 전시용 전시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17일 수원시 여성정책과의 올해 주요업무계획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기억의 방 전문 해설사 배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기억의 방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있을 때까지 기억해야 할 공간이며, 여성인권이 유린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으로 공감해야 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아픈 삶을 정의로 승화시킨 용기의 의미를 우리 모두 기억할 수 있도록 ‘기억의 방’이 그 역할을 하는 중심에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본다.
조명자 수원시의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